(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울시가 공급 중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지역의 가용택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울시의 계획대로 매년 1만가구의 시프트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매입형에 의존해야 하지만 재건축사업 수익성 저하 등으로 시프트 공급에 참여하는 조합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25일 서울시와 각 조합 등에 따르면 현재 역세권 시프트 공급이 가시화 되고 있는 곳은 '첫 역세권 시프트'인 마포구 대흥동 대흥역 일대와 지난해 3월 오리온이 신청한 서울 용산구 문배동의 자사 용지 등 세 곳에 불과하다.
대흥역 일대 시프트의 경우 지난 2008년 11월 사업지로 지정된 이후 사업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 당시 역세권 시프트에 적용되는 주택법으로는 사업자가 토지의 90% 정도를 매수해야 하지만 토지 매수 지연으로 시프트사업도 답보상태로 남아 있다.
시는 이 같은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도시환경정비사업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시가 일정 용지를 매입한 사업장은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전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대흥역 역세권 시프트 사업은 사실상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업 진행이 가장 빠른 지역은 동작구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의 재개발 사업지다. 이 곳에는 총 833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시프트는 257가구에 이른다. 지난 4월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서 올해 말 착공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올해 말 착공할 예정이지만 아직 사업승인 전 단계여서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마포로 6구역, 남성역세권 도시환경정비구역 등 7~8곳 가량이 서울시에 시프트 건립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남성역세권 사업의 경우 시프트 건립안이 포함돼 있지만 마스터플랜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주민공람 시 반대의견이 많을 경우 시프트 건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계획변경 신청을 한 곳은 10여 곳에 이르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사업승인 단계에 이른 사업지는 단 한 곳도 없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매년 시프트 1만가구 공급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들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서울시가 역세권 시프트를 도입할 경우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 시프트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일반분양분이 충분하고, 요즘같이 주택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선 임대주택을 혼재했을 때 입을 이미지 타격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지역에서 40곳이 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소송 등으로 사업 진척이 더딘 상황에서 시프트 건립을 운운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임대주택의무제가 폐지되면서 각 사업장에서는 기존 임대주택도 분양으로 전환하고 있어 향후 시프트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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