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기금, 희망을 꿈꾸고 나눔을 행한다

2010-09-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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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속한 현실 속에서 인생역전을 꿈꾼다. 2009년 12월 복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성인 10명 중 6명이 복권 구입 경험이 있었고 그들이 1년간 구입한 평균 횟수는 14.8회로 나타났다.

로또복권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매주 10명 중 1명이 복권을 구입하고 평균 7092원을 복권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물론 814만분의 1의 확률에 기대감을 갖는 것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것 보다 낮은 확률로 조금은 무모한 기대라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복권을 구매하는 행위에 대한 이유에 대해 만족과 효용논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의 영역에서 분석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행위가 지닌 사회적 가치이다.

그 가치에 대한 논의는 바로 복권기금의 공익적인 역할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복권기금이 소외계층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은 이 또한 하나의 기부형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불한 복권 한 장에서 당첨금, 판매자 수수료, 운영관리 비용 등을 제외한 약 42%, 즉 복권 한 장의 가격인 1000원 중에서 약 420원은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


여기에 누적된 복권기금의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과 찾아가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된 당첨금이 더해져 2010년 한해 조성된 복권기금은 9153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조성된 복권기금은 35%는 법정배분사업에, 나머지 65%는 저소득층 주거안정사업과 같은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사업, 장애인, 성폭력피해 아동 및 여성, 다문화·한부모 가정과 같은 소외계층의 지원사업 등 다양한 공익사업 사용된다.

특히 최근 아동 관련 반사회적인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야간보호아동 지원 사업’은 복권 한 장을 구입하는 행위에서 파생된 약 1조원 복권기금의 사회적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복권기금은 2006년부터 ‘행복공감 별빛교실’을 통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저소득가정의 맞벌이 부부와 야간에 마땅히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사정에 있는 가족의 아이들에게 안정된 보호시설와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복권을 구매하는 것을 나눔을 위한 기부행위로 볼 수 있을까?

최근 억만장자 사업가 워런 버핏과 세계 최고 부자인 빌게이츠가 세계 부자들과 함께 1500억 달러(약 175조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갑부들의 기부'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국내 대기업의 재벌회장들과 부자들의 기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세계의 억만장자 명단에 한국의 갑부가 11명이나 되는데 이들의 기부액 순위가 모두 100위권을 넘어간다는 것이다.

또한 부유층의 기부활동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꼴찌라며 부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부'가 '거액의 현금을 제공'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많은 돈을 내면 낼수록 기부를 잘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기부'라는 정의의 어디에도 '누가', '얼마만큼'의 '무엇'을 제공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기부란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이라고 돼 있다.

바로 이러한 사전적인 의미측면에서 복권이 지닌 공익적 역할에 대해 접근을 해보자면 복권을 구매하는 행위자체도 기부의 일환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복권사업을 일종의 ‘행운사업’으로 여기고, 사행성과 공익성의 조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복권사업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1790년부터 남북전쟁 당시까지 복권을 판매해 거둬들인 수익으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47개 대학을 세웠고 이러한 복권기금이 사회 곳곳의 필요한 분야에 쓰이면서 복권을 사는 행위가 ‘기부’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역시 복권을 구매하는 것은 기부를 동반하는 나눔의 행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진복권문화의식이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복권위원회의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복권은 사행성이 있다’는 응답이 2008년 12월 62.6%에서 2009년 12월 50.6%로 대폭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절반 이상인 68.8%는 복권 구매가 ‘나눔의 한 실천’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당첨은 안 되더라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복권기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복권구매자의 인식이다. 나 스스로가 나눔의 행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복권이 지닌 단순한 재미와 인생역전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1000원짜리 복권 한 장의 가치를 더욱 값지게 만들어 준다.

즉 나눔이라는 것은 단순한 현물기부를 넘어서 자신 스스로가 나눔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역할과 가치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은 복권이 지닌 공익성과 사행성의 조화를 비롯한 선진복권문화의 시작이며 기부문화발전에 장기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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