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시중 통화량이 늘어난 상황서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M2)로 나눈 통화유통속도는 올 1분기 0.713으로 지난 2008년 3분기의 0.748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통화유통속도는 시중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돌고 있는 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속도가 0.713이었단 것은 시중 유동성(M2)이 1년에 0.7번 가량 회전했다는 얘기다.
이 수치가 오르면 그만큼 돈의 유통속도가 빨라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높였단 의미고, 수치가 줄면 그 반대다.
통화유통속도는 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는 0.800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지난 2006년 금융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0.79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통화량이 증가한 반면 경기침체로 자금 순환이 늦어지며 사상 최저인 0.67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 들어 통화의 유통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경기 회복이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특히 올 2분기에는 0.730대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지금처럼 유동성이 과잉인 상황서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지면 물가상승 압력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재고가 감소해 생산과 투자가 본격화한 현 상황서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 통화량 유통 속도는 급격히 빨리질 수 있다.
실제로 통화량을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는 올 2월 22.44에서 3월 22.29로 하락했으나, 4월 들어 23.48로 오른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화승수는 은행들의 신용창출 과정을 통해 얼마만큼의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돈이 그만큼 돌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 자금이 전반적으로 잘 돌고 있어 경제활동의 선순환 구조가 회복되고 있으며, 과잉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한 강연에서 "잠재 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 같은 현재의 실물경제 상황을 비춰봤을 때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매우 완화적"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4분기에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 중심치(3.0%)를 웃돌 거란 전망에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근거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유통속도는 경기 후퇴시 안 좋다가 경기 상승시에 오른다"며 "현재의 경기 회복세가 유지될 경우 인플레 압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하반기 물가가 상반기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