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부안 나오면 야당과 협의토록 할 것"
민주 "흡수통일론으로 인식 北 자극할 수 있다"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신설 제안을 두고 정치권의 찬반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과의 사전협의 없이 이 문제가 제기된데 대해 내심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논의의 필요성엔 공감한다”며 일단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통일세를 말한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 정부가 추후 관련입법에 나설 경우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에 대비해 통일세 등 현실적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16일 “언젠가 이뤄질 통일을 위해 통일세를 검토할 때가 됐다”며 “정부안이 나오면 야당과 협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출신의 서병수 최고위원은 "통일세 신설은 국민의 세 부담을 늘릴 수 있고 상대방(북한)이 있는 문제인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홍준표 최고위원 역시 “추가 재원확보에 앞서 운용규모가 1조원대인 남북협력기금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아울러 야당에선 “이 대통령의 제안은 흡수통일론으로 인식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통일 준비는 필요하나 그 비용을 국민 혈세로 미리 비축하는 게 현실성 있는 대안인지는 의문이다”(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등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담보되지 않은 통일세 도입은 상당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는데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은 당과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나온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통일부 등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으나, 여권 내에선 “대통령이 직접 공론화에 나선 만큼 임기 내엔 어떤 형태로든 ‘밑그림’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내 ‘경제통’인 나성린 의원은 “그간 경제위기 때문에 진전이 없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통일비용 논의가 필요하다는 담론이 있었다”며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등이 나오면서 그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거나 소득·법인세에 대해 일정 비율의 목적세를 추가 부과하는 방법, 또 통일기금 조성이나 채권 발행 등이 통일세 도입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야당에선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4대강 사업 등으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메우기 위한 꼼수”란 주장마저 제기돼 정치권의 통일세 논쟁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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