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세계 최대 통신설비업체인 화웨이(華爲·Huawei)가 모토로라 기밀유출 혐의로 소송에 휘말렸다.
그러나 모토로라가 최근 무선장비 사업부문을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NSN)에 매각한 시점에 이번 소송을 제기한 만큼 일각에서는 모토로라의 소송 배후에는 '상업적 논리'가 숨어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모토로라가 얼마 전 화웨이가 모토로라 전 직원 12명으로부터 기업 기밀을 빼돌렸다며 미국 일리노이주 연방법원에 소송장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 8년간 모토로라와 화웨이는 무선장비 사업에서 친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은 예상 밖의 일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원수로 돌변한 셈이다.
모토로라는 현재 모토로라 전 직원 12명에 대해 기밀 유출 혐의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현재 미국에서 산업스파이로 몰려 형사 소송에 직면한 진한줸(金漢娟)도 포함돼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사실 그 동안 화웨이는 중국 군부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이유로 미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미국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인 통신장비 납품 입찰에서도 항상 다른 업체에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화웨이는 줄곧 중국 군부와의 관계를 부정해 왔었다.
모토로라는 이번에 시카고 법원에 제출한 소송장에서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립자는 2001년부터 모토로라 내 중국계 직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런정페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는 12명의 전 직원이 모토로라 재직 당시인 2002년에 렘코(Lemko)를 설립해 5년간 기업기밀을 화웨이 측으로 빼돌렸다고 소송장에 명시했다.
또한 2005년 모토로라 재직 중이던 진한줸이 화웨이에 이중 고용돼 렘코를 통해 중국 군부에 유용한 기밀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진한줸은 2007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중국 군부 리스트와 모토로라 기술을 소지한 혐의로 붙잡힌 적도 있다고 미국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말했다. 그 당시에도 진한줸은 또 다른 중국 B업체(가명)에 고용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B업체는 중국 군부에 통신기술 및 설비를 제공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계자는 B업체가 어떤 업체인지는 대답을 피했다.
모토로라는 소송장에서 “진한줸은 모토로라 전 직원이던 판샤오웨이(潘少偉) 렘코 최고기술경영자(CTO)로부터 B업체를 소개받았다”고 전했다.
모토로라는 당시 판샤오웨이는 렘코와 화웨이 간 주요 연락채널로 모토로라 기업기밀을 B업체로 빼돌렸다고 밝혔다.
△ 소송 뒤에 숨겨진 '상업적 논리'
일각에서는 모토로라가 지난 8년간 무선장비 사업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화웨이를 고소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토로라가 무선장비 사업을 NSN에 인수한 시점에 이번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
따라서 일부 업계 인사들은 모토로라가 NSN을 밀어주기 위해 화웨이를 일부러 미묘한 시점에 고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NSN는 통신장비 부문에서 화웨이에 밀린 만년 업계 2위였다. 지난 2009년 화웨이와 NSN 매출액은 각각 1491억 위안, 1155억3200만 위안에 달했다.
이번 모토로라의 소송건에 대해 화웨이는 한 차례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안은 사실무근이고 법적인 증거도 없다”며 향후 자사의 명예와 권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렘코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화웨이의 무선통신설비를 위탁 판매할 뿐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렘코 측도 “모토로라의 이번 소송안은 자사에 재무적 손해를 입히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화웨이가 최근 급속한 사업확장을 통해 글로벌 최대 통신설비 공급업체로 부상한 시점에 이루어진 만큼 회사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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