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기업 인수합병 관전평

2010-07-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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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민지 기자) LG생활건강이 또 다시 영역확장에 나섰다. 최근 LG생건의 파스퇴르 유업 인수설이 나돌고 있는 것. LG생건은 “파스퇴르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LG생건은 지난해 한국코카콜라 음류부문과 더페이스샵 등 음료업계와 화장품업계까지 전 방위적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최근 유니레버 인수설까지 LG생건은 올해까지 크고 작은 기업인수 합병설에 시달렸고, 일부는 사실로, 또 다른 일부는 낭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명백한 사실은 LG생건이 기업인수합병으로 자회사를 하나씩 늘릴 때마다 매출액은 증가했고, 이익률도 상승했다는 점이다.

LG생건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6709억원, 영업이익 9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5421억원, 666억원에 비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것이다.

LG생건이 지난해부터 보여준 행보는 바로 ‘규모의 경제학’의 묘미에 있다. 규모의 경제는 매출을 늘려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다는데 있다.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을 인수합병 때마다 피인수기업의 경영합리화를 통해 사업부문이 겹치는 조직부위를 도려내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위험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기업인수 합병에 따른 부채상승이 그것이다. LG생건 작년 말 부채는 6443억원이던 것이 올 1분기 말 1조1159억원으로 치솟았다. 자기자본 6762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재계 평균 부채비율이 200% 미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3개월 만에 부채를 5000억가량을 늘린 것은 정상은 아닌 것이다. 부채 증가분 5000억원 중 3000억원 가량은 사채로 조달했다는 점도 거슬린다.

유통제조업 특성상 호황일 때 규모의 경제가 먹힐지는 몰라도 경기급랭으로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경우, 바로 경영상의 부담으로 돌아선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도대체 LG생건이 무슨 이유로 무리수까지 두면서 덩치와 규모에 집착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최근 LG생건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근 LG생건의 기업합병을 진두지휘한 이 회사 차석용 대표의 성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 대표는 한국 P&G사 대표이사를 역임하다가 2001년 외국계 UBS계 사모펀드에 인수된 해태제과 대표이사를 맡아 적자 기업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일대 재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경영의 귀재, 마케팅 전도사 등이 차석용 대표의 별칭이었던 것이다. 미국 대학을 나와 외국계 회사에서 몸담았다가 다소 이질적인 한국 기업 대표이사를 맡아 오너경영 중심의 체질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변화시켜 흑자로 돌려세운 점이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러나 당시 해태제과식품(구 해태식품)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자산부채인수(P&A)방식의 기업인수합병으로 해태제과의 제과부문 사업권만 넘겼다. 해태제과라는 상호도 청산된 해태제과의 브랜드 이름을 헐값에 사들였던 것.

엄밀한 의미에서 차석용 대표는 부실기업을 떠맡아 경영외적인 것에 시달릴 이유가 없었다. 또 당시 사모펀드는 회사를 정상화시켜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이 목적이어서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등 차석용 대표의 부담을 덜어줬다. 결국 이 사모펀드는 인수한지 3년만인 2004년 해태제과를 크라운제과에 넘기고, 시세차익만 1000억원을 남기고 떠났다. 차 대표도 다음해 LG생건 대표이사로 이직했다.

당시 차 대표는 마케팅 조직을 20대 수준으로 낮췄고, 아웃소싱 위주로 제조공장을 돌렸고, 윤리경영팀을 신설, 오너경영의 폐해를 잠재웠다.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스톡옵션을 제시하는 등으로 성과를 높인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해태제과를 넘겨받은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은 “해태제과가 단기실적에만 급급했다”고 혹평했다. 차 대표가 떠난 후 해태제과는 2년여간 적자로 돌변, 허우적대던 것도 외국계 사모펀드의 단기실적 위주 경영의 후유증 때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조업종 경영자와 M&A전문 경영자와의 차이에서 오는 시각차라는 데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지만 최근 LG생건의 행보는 단기실적에 집착하는 차석용 대표의 모습을 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 

해태제과에 비하면 LG생건은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그룹 내 위상은 낮지만 차지하는 그룹 내 유일한 생활경제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다. 차석용 대표가 만 5년 대표이사를 지킨 것은 외부 전문경영인치고는 장수한 편에 속하는데도 왠지 쫓기는 듯 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혹시 LG생건이 매각수순을 밟게 될 회사가 아니라면 모를까?

choimj@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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