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은진 기자) 대형 유통사와 중소상인이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둘러싼 상권분쟁 중 절반 정도를 자율조정으로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대형 유통사와 중소상인간에 깊었던 갈등이 조금은 완화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20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소상인들이 SSM 출점으로 골목상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사업조정 신청은 2008년 7월 이후 지난 16일까지 175건으로 이중 50.2%인 88건이 자율조정을 통해 해결됐다.
자율조정은 중소상인이 SSM때문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아래 이뤄졌다. 해당 내용은 SSM이 일부 품목에 대해 판매를 하지 않거나 영업시간 등을 단축시키는 등이 골자다.
지난달 21일 분쟁이 마무리된 전북 전주 효자동 GS슈퍼마켓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슈퍼마켓은 구매금액이 2만원 이상일 때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영업시간도 하절기에 오후 11시까지, 동절기에 오후 10시까지 하기로 조정했다.
정부에서는 전통시장 반경 500m 내에 SSM 입점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중소상인의 손을 들어준바 있다.
현재는 급속히 퍼질 염려가 있는 프랜차이즈형식의 가맹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규제 법안이 국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SM 출점을 강행하겠다고 내세우기 보다는 중소상인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중소상인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대형 유통사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SSM이 일부 사안에 대해 양보하는 것이 모양새도 좋고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들도 SSM 출점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기 보단 중소상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이 작업도 중소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맥락을 잡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중소기업청에서도 이 같은 자율 합의 도출이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의 SSM 사업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지만 품목제한과 영업시간 조정 등 규제 사안들을 통해 중소상인들이 받는 타격을 다소 누그러 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SSM의 출점 속도가 빨라지면 상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로 인해 사회적인 혼란이 초래되므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규제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광문 중소기업청 사업조정팀 서기관은 “양쪽이 서로 양보하는 분위기라 해서 대형 유통사들이 SSM 출점을 확대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중소상인들이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무턱대고 SSM으로부터 피해를 입는 것보단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상생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happyny77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