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권영은 기자) 공기업이 발행하는 공사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면서 대형 국책사업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기업 국책사업 증가로 지방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까지 채권을 대거 발행한데다, 부실 부채비율이 커지면서 공사채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9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공기업의 공사채 발행잔액은 현재 240조원에 이른다. 이 중 지방개발공사 공사채 발행 규모는 2008년 약 2조3000억원에서 2009년에는 약 10조원으로 늘었다.
특히 주택건설 개발사업을 주로해온 LH와 지자체 산하 공사인 SH공사,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의 발행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한해동안 이미 13조 1600억원의 채권(주공 7조2300억원, 토공 4조3100억원, LH 1조6200억원)을 발행했다,
SH공사의 경우 발행한 공사채 규모는 지난 2월 말 현재 5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16조3000억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금융비도 지난 한해 동안 4900억원이 지출됐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마곡, 천왕지구 등의 토지보상비 5조원을 충당하기 위해 공사채를 발행했다"며 "도시개발공사는 합법적으로 자본금의 10배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와 경기도시공사의 발행잔액도 5월말 현재 3조7900억원과 3조3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인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의 2008년 공사채 발행잔액은 2500억원, 4500억원 정도에 그쳤다.
공사채가 늘면서 부채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LH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09조 2428억원으로 지난해 10월 합병 이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의 부채보다 23조4900억원이나 늘었다. 이 중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금융부채만 75조796억원으로, 하루 평균 82억여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SH공사의 부채는 2008년 말 8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현재 16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일년 새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2005년 말 4265억원에서 2009년 말 4조4608억원으로 10배가, 경기도시공사도 같은 기간 8629억원에서 6조7159억원으로 급증했다.
공기업의 이 같은 과도한 채권 발행과 부채 증가는 공사채에 대한 매력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공사채 발행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LH의 경우 보금자리주택지구 등 택지개발 사업을 위해 매년 공사채 10조원을 포함해 20조원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5월말 현재 LH가 발행한 공사채는 3조 2400억원 규모에 그쳤다.
LH는 통합 이후 첫 채권 발행도 무산됐었다. 지난해 10월 통합 이후 발행한 1000억원 규모 첫 채권 입찰이 투자자 부족으로 유찰된 것. 당시 전문가들은 공기업 재정악화에 대한 시장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사태는 올해 들어 더 심각하다. 인천도시개발공사도 지난 14일 5년 만기 공사채 1000억원 발행계획이 무산됐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공사채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발행을 연기했다는 것이 공사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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