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여야의 7·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유세 현장이 초반부터 뜨겁다.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서울 은평을은 더욱 그랬다. 특히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 민주당 장상 후보의 맞대결이 눈길을 끈다.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인 17~18일 그야말로 '빗속 행군'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에 유세를 다니며 선서운동을 강행한 것이다.
한나라당 이 후보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나홀로 선거유세에 나섰다. 일찌감치 중앙당의 지원을 사양한 이 후보는 주말 역촌동과 갈현동 상가, 연신내 시장, 역촌시장 등을 촘촘하게 훑으며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은평에서 41년간 살아온 이 후보는 '지역 발전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재보선은 지역일꾼을 선택하는 선거"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민주당 장 후보는 당 지도부가 대거 나서 '제2의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새 일꾼론'을 내걸고 무료급식 현장 등 골목골목을 누비며 이 후보를 겨냥, "'4대강 전도사'를 심판해달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정세균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후보들만의 리그로 끝날 가능성 또한 엿보인다. 6·2 지방선거 열기가 식은 지 두 달도 안 돼 치러지는 탓에 유권자들이 식상함을 느낀 것이다. 휴가철에 치러진다는 점도 이를 더한다.
올 초 결혼과 함께 은평뉴타운에 입주했다는 변상아(30, 여)씨는 "한나라당을 계속 지지해왔지만 서민 경제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고 계속 어려운 만큼 선거 때마다 고민은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휴가 일정이 선거 날과 겹쳤다"고 말했다. 휴가를 반납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은평뉴타운과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과 구파발역 인근은 목 좋은 유세장소다. 특히 은평뉴타운의 핵심 지역인 진관동은 과거 이 후보의 '표밭'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지역을 잘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 더해졌다.
얼마전 동네 목욕탕에서 이 후보를 만났다는 73세 조경덕씨는 "지역이 발전하려면 힘이 센 사람이 필요하다. 권익위원장 하면서도 잘하지 않았냐. 은평과 관계 없는 후보가 우리지역 발전 시키겠느냐"고 말해 사실상 이 후보에 한 표 던졌다.
반면 지방선거 결과 드러난 성난 민심을 반영한 의견도 있었다.
불광동 토박이를 자처한 주부 오지영(37, 여)씨는 "과거 막강한 권력 누리던 이재오가 당 지원까지 거부하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고 이재오란 인물에 대해 재평가하게 됐다"면서 "다만 이도 결국 정치적 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씨는 "정권 실세가 판을 벌일 곳은 아니다"고 했다.
대조시장에서 만난 장승태(43, 남)씨는 "현재 정치판은 균형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으로 지나치게 쏠렸다.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지만 이는 정권 중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결국 국회에서의 야당의 힘을 조금 더 실어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실세 이재오가 다시 금뱃지를 달게 될 경우 여당내 계파가 더욱 세분화할 수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신내역 앞 물빛공원 인근에서 옥수수를 파는 김모(64, 여)씨는 "은평구는 지난 20년간 발전이 더뎠다"며 "뉴타운도 전세값만 올라 서민들 살기만 어려워졌을 뿐 원주민들에게 도움된 것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그는 장상 후보를 뽑겠다는 뜻을 전했다.
force4335@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