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금융권과 산업계 등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오는 19일 강남의 한 갤러리에 모인다. 업계 동향과 경영 전반에 대한 회의 때문이 아니다.
디갤러리(DIE GALERIE) 강남점에서 열리는 '제2회 CEO 소장품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출품한 크리스토作 '더 게이츠(The Gates)'. (사진제공 : 디갤러리) |
눈에 띄는 작품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내놓은 크리스토의 '더 게이츠(The Gates)'. 더 게이츠는 1979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8m 간격으로 황금빛 천을 설치한 대형 프로젝트다.
'대지미술'의 대가로 불리는 크리스토는 이 프로젝트를 사진·연필·숯을 이용한 드로잉 작품으로 다시 그려, 도시와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금 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제1회 전시회에서 이탈리아 조각의 거장 마리노 마리니의 '카발로'를 출품해 미술 애호가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출품작도 만만치 않다. 1960년대 신사실주의 예술운동인 누보레알리즘(nouveau réalisme)의 창시자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작품을 내놓은 것.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세워놓은 듯 이 작품은 물질문명을 비판하며, 우리가 처한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영립 화승그룹 회장은 매튜 스몰의 'darnell'을 선보였다. 매튜 스몰은 버려진 자동차 강판, 공업용 페인트 등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유명작가의 작품을 내놓은 CEO들도 눈에 띈다. 최신원 SKC 회장은 유선태의 '말과 글'을,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권옥연의 '언덕위의 집 풍경'을,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은 장영진의 '타인'을 내놨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금동원의 '사유의 숲-해바라기와 노래'를,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은 반미령의 '꿈꾸는 코스모스'를 출품했다.
이외에도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은 같은 대학 김병종, 김춘수 교수의 작품을, 우찬규 학고재 사장은 유일하게 크레파스화인 강익중의 '십만의 꿈'을 내놨다.
조각, 공예작품을 내놓은 CEO와 유명인사도 있다. 강덕수 STX 회장은 문경 주병 아연결정도자기를,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내놓은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작품. (사진제공 : 디갤러리) |
강현정 울트라건설 사장은 조선 후기 우리나라 먹통은 물론 중국 청나라와 일본 메이지시대 먹통을 함께 내놨다.
조각작품으로는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내놓은 귄터그라스의 '달팽이의 경주'가 눈길을 끈다.
김 행장은 "귄터그라스를 흔히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미술가"라며 "느린듯 하지만 묵묵히 갈길을 가는 달팽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민계홍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이 출품한 청남 오제봉 선생의 '윤집궐중(允執厥中, 진실로 그 중심을 잡는다)', 박영주 한국메세나협의회장이 내놓은 취운 진학봉 선생의 '행운유수(幸雲流水,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 등 수묵과 서예 작품도 미술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인의 작품을 내놓은 CEO들도 있다. 평소 '사진애호가'로 정평이 난 손봉락 TCC동양 회장은 사진기로 직접 찍은 '자카란다라 꽃'을, 수차례 국내외 개인전을 통해 작가생활을 병행하는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은 유화 '체코의 시골풍경'을 내놓는 등 빼어난 감각을 과시했다.
이번 전시회는 19일부터 8월 20일까지 디갤러리(DIE GALERIE) 강남점에서 열린다.
mihole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