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죽이는 불공정한 국제소송, 막을 방안 마련해야

2010-07-1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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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최근 A기업은 외국법원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A기업 관계자에 의하면, A기업은 소장 등 관련 서류도 제대로 송달받지 못해 소송에 대응도 못했는데 외국기업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실제 외국기업이 청구한 실제손해액의 3배에 달하는 1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었다. 근거는 우리나라에는 있지도 않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때문이었다.

보다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법원 판결의 공정성에 대해 다시 심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외국법원의 판결이 강제 집행되기 십상이라는 데 있었다. A 기업의 경우에도 승소한 외국기업이 우리나라 법원에 외국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신청해 A기업은 막대한 금액을 배상할 위험에 처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B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법원에서 외국기업을 상대로 승소판결을 받아 외국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는데 외국법원에서 거부를 당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B기업은 외국법원에서 다시 소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독일 등 외국에서는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을 두고 그 공정성을 다시 한 번 심사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경련과 한국기업법무협회는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군현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15일 ‘국제민사소송제도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전경련 정병철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우리 기업들이 국제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소송제도를 선진화하는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군현 의원도 인사말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욱 발전해 나가고 그들이 기업활동을 하는데 억울한 판결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우리 소송제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세미나에서 한국기업법무협회 회원사 11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고재종 선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응답기업의 48.3%가 외국법원에서 피소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42.9%가 외국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응답업체의 80%가 제도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규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판결이 국내에서 집행될 경우에는 국내법원이 외국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절차적․실체적 공정성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따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3배 배상 판결과 같은 경우 국내법원이 실제 손해금액으로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에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과 기업법무협회는 이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관계부처, 국회에 건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재근 법원행정처 판사, 박해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성천 한국소비자원 박사, 최우영 한국기업법무협회 회장, 류승훈 선문대학교 교수, 정영수 가톨릭 대학교 교수, 황인학 전경련 본부장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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