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신(信)테크'라는 신조어가 있다. 재테크를 통해 부를 증식하듯이 자신의 신용등급을 관리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일반인들의 신용등급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만큼 소비자들의 신용평가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내가 왜 7등급이냐', '신용평가가 부정확한 것 아니냐'는 식이다.
금융당국도 이처럼 쏟아지는 민원을 모르는 척만 하기가 어려운 듯 하다. 정책 방향을 보면 당국은 분명 국민들의 전반적인 신용등급을 상승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신용등급 평가 요소에서 연체, 채무불이행 등 부정적 요인들의 반영 비율을 줄이려 하고 성실 상환 등 긍정적 요소를 더 늘리라고 주문한다. 최근에는 연 3회 이하의 신용조회기록은 신용평가에 아예 반영하지 말라고 지시할 정도다.
현재 개인신용평가(CB) 시장은 3개의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는 구도다. 3개의 CB사는 서로 다른 자신의 기준으로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CB사들은 서로 더 정확한 신용등급을 매기기 위해 경쟁한다. 어느 회사의 신용평가가 더 정확한지가 이들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평가방식을 바꿔 신용등급의 인플레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CB사를 못 믿게 된다. CB사로부터 1등급을 받아도 1등급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극단적으로 국영 CB사 하나만 두고 여기서 정부의 입맛대로 개인 신용을 평가하면 금융기관들이 이 자료를 얼마나 참고하겠는가. 이처럼 정부가 신용평가 방식에 손을 대면 댈수록 금융기관의 불신과 리스크는 커지게 된다.
신용평가는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의 부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당국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하겠다는 인식 자체를 버려야 한다. 정책방향은 현재의 신용평가를 더 정확하게 해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
특히 이번처럼 어떤 정보는 아예 반영하지 말라는 식은 더욱 곤란하다. 불완전 정보 속에서는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출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고 대출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대출을 받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착각을 버려야 한다. 물론 자신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수능이 쉬워진다고 유명 대학에 더 쉽게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국민의 신용등급이 1등급씩 오르면 모든 은행의 대출 가능 등급도 1등급씩 올라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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