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제가 이제 그 기업 방문한다고 하면, 싫어합니다."
한 애널리스트가 농담섞어 한 말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남들이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한 죄로(?) 한 기업에게서 미운털이 박혔다고 말한다.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그 기업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내는데 자신만 '보유(HOLD)'의견을 냈기 때문에, 실사를 위해 찾아가면 기업 측에서 반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 증권시장 보고서에서는 종목 '매도(SELL)' 의견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해 '매도'라고 하지 않고 '보유'로 의견을 내 놓는다. 한 증권사의 경우 기업의 목표주가를 현재가보다 40%나 낮춰 잡았으나 투자의견은 보유로 명시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 '보유'의견은 사실상 매도를 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업계 관행상 보유로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매도 의견을 표시할 경우 해당 기업과의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 조차도 거부감을 나타내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을 예측한다거나 특정 기업을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예측이나 평가가 틀렸다고 해서 해당 애널리스트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에게 '단순 참고용'으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우회적인 보고서들이 넘치면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멋모르는 투자자들일 수밖에 없다. 적절한 시기에 손절매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보고서인데, 에둘러 표현한 보고서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매도 보고서 실종'은 버려야 할 해묵은 관습이다. 국내 증시의 건강을 위해 보유나 비중축소 의견을 당당하게 '매도'로 표현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용기있는 보고서가 필요하다. 외국계사의 매도 리포트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계와 투자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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