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이건희의 사람경영

2010-07-0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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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경영철학 가운데 하나는 '인재제일'이다. '기업은 곧 사람이다'이라는 이병철의 철학이 그룹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
 실제로 이병철은 경영에 있어서 인재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 '미덥지 않으면 일을 맡기지 않고, 한번 썼으면 끝까지 믿고 간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건희 역시 아버지의 이같은 철학을 고스란히 접목했다. 하지만 그는 이병철의 인재론을 넘어 자신만의 사람경영을 완성했다.
 먼저 이건희와 이병철의 인재경영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순혈주의'와 '잡종강세론'은 들 수 있다. 이병철은 삼성 초창기 인사와 공채출신으로 구성된 '성골' 출신 인재들을 중용했다. 이같은 문화 속에서 외부에서 수혈한 인사들은 기존 인력들의 텃세에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어렵게 영입한 인재들마저도 이같은 벽에 가로막혀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됐다.
 이에 이건희는 외부 인사들에 대한 중용에 나섰다. 경력 출신인 현명관은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 비서실장을 맡았다. 비서실은 삼성의 거시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비서실장은 당연히 회장의 복심으로 그룹의 2인자였다. 공채출신이 아닌 현명관의 등장은 이후 전 계열사에서 외부 인사들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과 기존 인력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이같은 정책은 향후 삼성이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데도 도움이 됏다. 그간 삼성은 텃세가 강해 영입 인사들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평가로 인해 반드시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었다.
 아울러 일을 맡긴 이후 경영진에 대한 간섭도 크게 줄었다. 이병철은 꼼꼼한 성격 때문에 작은 일에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결정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그룹 경영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반대로 실무를 진행하는 인재들의 결정권이 없어 이들의 업무 의욕을 하락시키는 부작용도 있었다. 반면 이건희는 그룹 경영의 전반을 큰 틀에서 결정할 뿐 미시적인 부분은 경영진에 일임했다. 비서실의 역할도 축소했다. 과거 계열사 경영의 모든 부문을 비서실이 관장했다면 이건희 이후 비서실은 계열사 간 사업을 조율하고 그룹의 거시경영을 분석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이병철 시대 계열사 경영진의 사업 결정권한이 10%에 머물렀다면 이건희는 결정권의 절반을 계열사에 맡겼다.

 실패에 대한 관대함 역시 이건희 시대에 와서 꽃을 피웠다. 과거에는 사업에 실패한 인력에 대해 책임추궁과 문책이 주를 이뤘다. 실패로 인한 추궁이 두려워 아쉽게 사장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았다. 이에 이건희는 임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을 저지르라고 독려했다. 그는 "신약이나 신물질을 개발하려면 평균 1만2000번의 실패를 거쳐야 하고, 석유탐사도 최소한 25번은 실패해야 비로소 하나의 유정을 발견할 수 있다"며 실패가 결국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같은 이건희의 독려는 삼성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삼설 계열사 가운데는 '실패 파티'를 벌이고 있는 곳도 있을 정도로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는데 성공했다.
 이건희는 임직원들에게 돌다리가 아닌 나무다리라도 있으면 건너가라고 독려하고 있다. '삼성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세간의 말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건희 역시 여러 차례 실패에 빠지기도 했다. 진돗개 순종을 가려내 세계견종협회의 공식 등록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순종 진돗개를 가려내기 위해 수많은 교배가 이어졌고, 수많은 실패가 반복됐다.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이건희는 결국 진돗개 순종 복원에 성공했다. 
 사업에 있어서도 초창기 반도체 사업은 크게 실패했다. 자동차 사업도 외부적 요인이 발생하면서 결국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은 결국 삼성 임직원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았다. 
 다만 이건희는 실패를 통한 발전에 중심을 뒀다. 삼성은 실패의 원인을 사후 분석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세부적인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추후 또다른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반복적인 실패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이는 결국 과거 경험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건희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반대말인 '신상필상(信賞必賞)'을 주창했다. 자산의 에세이집인 '생각좀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 이건희는 "사람은 누구나 벌을 받으면 사고와 행동이 오그라든다"며 "저 사람을 키우려면 자극이 필요하겠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아니면 질책하는 것을 삼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취미인 승마에 있어서도 1급 조련사는 말이 못할 때 회초리질을 하고, 잘하면 당근을 주지만 특급 조련사는 회초리를 전혀 쓰지 않고 당근만으로 훌륭한 말을 길러낸다는 사실을 경영에 그대로 접목한 것.
 여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인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포수론'으로 잘 알려진 이건희의 지론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투수가 있기 까지는 투구를 리드하는 한편 전체 수비를 조율하는 포수의 공이 크다'는 것이다. 포수처럼 사람을 다독거리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인재가 있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장 세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의 업무평가 가운데는 조직원과의 협력, 인화 등에 대한 항목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병철의 인재론 역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건희는 질경영과 관련해 자신의 지시에 반기를 든 이수빈 당시 비서실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이후에도 중용했다. 이수빈은 비자금 파문으로 이건희가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2년 동안 삼성생명 회장으로서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의 수장 역할을 해왔다. 한번 믿고 쓴 사람은 끝까지 믿고 간다는 이병철의 철학을 그대로 적용한 것.
 아울러 인재 개발에 대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이병철이 인재개발원으로 대표되는 인재양성에 나섰다면 이건희는 수천개에 달하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학협동을 통해 입사 전인 대학생들을 육성한다. 아울러 지역전문가제도 등 다양한 인재양성 시스템을 마련해 핵심 인재 교육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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