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지가변동률 및 지가지수(2008년 1월 1일 지가를 100으로 기준.)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하반기 토지시장은 상반기와는 달리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약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국지적으로 개발호재가 있는 곳은 가격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가격 하락과 미분양 택지가 쌓이고 있는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상반기와는 달리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보합이나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상반기 땅값 상승률이 컸던 보금자리주택지구 인근 지역도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면서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혜택이 연말에 종료되면 매물이 쏟아져 나와 지가를 떠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상반기 토지시장 소폭 상승 그쳐
상반기 토지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 현상을 빚었다. 냉각된 주택시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도 줄었다. 민간 토지는 일부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곤 거래량이 크게 줄었고, 공공택지도 건설사들이 분양을 기피하면서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택지 가운데서도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 상업용지 등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5월 지가상승률을 보면 4월에 비해 0.1%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4월 이후 1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상승폭은 크게 둔화됐다.
땅값은 지난해 12월 전월보다 0.34% 올랐으나 올 1월 0.25%,2월 0.23%,3월 0.21%,4월 0.14% 등으로 5개월째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계속 땅값 상승폭이 커지다가 해가 바뀐 후부터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등 개발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의 땅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국 땅값을 끌어올린 것이다.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토지시장도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 5월 전국 토지거래량은 17만6000필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줄었다. 최근 5년간 같은 달 평균 거래량인 24만필지와 비교하면 26.5%나 감소한 것이다.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단연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역이다. 보금자리주택 개발예정인 경기도 시흥시가 5월 한 달 동안 0.4%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경기도 하남시와 광명시 역시 상승률 0.39%와 0.3%로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개발호재가 있는 충남 당진과 인천 옹진군도 각각 0.29%, 0.35%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반면 4대강 살리기 사업 주변 지역은 큰 변동이 없었다. 최초 사업 발표 후 오른 지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매수세도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시세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변 인근 땅 시세는 3.3㎡당 100만∼250만원선으로 거래없이 비슷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5년 전에 비해서는 10배 가량 오른 상태다. 여주 대한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가격도 4~5년 전에 비하면 10배 정도 오른 것"이라며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의도 없고 땅 값은 보합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서울은 땅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지역 평균 지가상승률은 0.05%였으나 5월에는 0%로 변동이 없었다.
집값 속락세를 감안하면 6월에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5월 지가 동향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5월 전국 땅값 하락률 상위 5곳을 보면 서울 강남구(-0.11%)와 경기 과천시(-0.08), 서울 송파구(-0.06%), 서울 서초구(-0.03%), 서울 강동구(-0.03%)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4월에도 각각 -0.13%, -0.01% 하락한데 이어 2개월째 내린 것이다. 4월 0.14%의 땅값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초구도 5월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그 동안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땅값 상승을 주도해오던 강남권이 약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 일부지역 국지적 상승 가능성
하반기 토지시장은 상반기의 분위기가 이어지며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지적 상승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땅값이 집값 흐름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집값 하락세가 하반기 토지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규제가 여전하고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신뢰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침체국면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인천 강화나 충남 당진, 전북 군산 등 대규모 국책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나 보금자리주택이 건설되는 주변지역 등은 국지적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보금자리주택지구 주변 그린벨트는 장기적으로 묶여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혜택이 올 연말 종료되는 것도 변수다.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비인기 지역의 토지가 매물로 쏟아지면 가격 하락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광역시 대형택지 주변과 교통망 개선지역, 4대강 사업지 주변, 용인ㆍ김포 경전철 수혜지, 제3경인고속도로, 제2경부고속도로 및 제2자유로, 보금자리주택지구 추가 지정, 신규 교통망 확충 등 교통 수혜지역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개발호재 지역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은 예상되지만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면제 혜택이 연말에 끝나기 때문에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냉각을 다소나마 해빙시키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토지거래허가제가 현재의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신도시 및 뉴타운 등 각종 대단위 개발지 또는 후보지 주변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를 허가받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거래 활성화로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다시 강화되는 양도세 완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건설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토지시장도 냉각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정부가 출구전략 실행시 토지에 대해서도 양도세 중과를 손질하는 등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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