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현실 풍자 '사천가 2010'

2010-06-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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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람의 공연모습.
 
(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브레히트의 연극을 판소리 창작극으로 각색한 ‘사천가 2010’이 돌아왔다. 지난해 9월 처음 선보인 이후 ‘통쾌한 현실풍자 신세대 판소리’ ‘관객과 호흡하는 젊은 판소리’라는 호평을 받은 사천가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지난달 폴란드 콘탁 국제연극제에 초청돼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천가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중국 사천이 경상남도 사천이 되고 주인공 창녀 셴테는 뚱녀 순덕이가 된다. 순덕이가 착하게 살려고 할수록 나쁜 짓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통해 우리 현실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또한 외모지상주의, 유학지상주의, 무한경쟁, 종교의 위선적인 모습 등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천가는 소리꾼 혼자 극을 끌고 가는 모노드라마 형식이기 때문에 소리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하면 극이 지루해지고 빈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천가는 소리꾼이 주요 대목마다 등장인물로 변신하고 해설자로서 촌철살인의 평도 곁들여 관객들이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무대에는 3명의 순덕이 각각의 색깔로 출연한다. 첫 번째 순덕은 이자람. 1980년대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라고 노래를 부르던 다섯 살짜리 꼬마가 그녀다. 이제는 젊은 소리꾼이 된 그녀는 참 다재다능하다. 사천가에서는 작가·작창·음악감독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홍대클럽에서는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리더이기도 하다. 또한 최연소 최장시간(8시간) 완창 세계 기네스 기록 보유자에다 지난 2007년에는 영화 ‘가루지기’에서 소리감독도 맡았다.

두 번째 순덕은 이승희다. 소리꾼에서 인물로, 인물에서 또 다른 인물로 넘나드는 순간이 가장 어렵고도 즐겁다는 그녀는 가늘고 풍성한 고음과 부채의 발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 장점이다. 세 번째는 21살 소리꾼 김소진. 앳띤 외모와는 달리 중저음을 가진 그녀는 이번 작업을 통해 판소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천가에는 일반 판소리와 달리 한 사람의 고수가 아니라 4명의 악사로 이루어진 악단이 등장한다. 북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적 판소리의 선율에 베이스와 퍼커션, 아프리카 젬베와 장구가 함께 장단을 맞춘다. 동서양의 만남,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판소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독특한 의상과 무대디자인이 가세한다. 한복치마에 양복저고리를 입은 순덕의 의상은 전통과 현대,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모두 담고 있으며, 여려 겹의 치마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소리꾼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검은색과 흰색을 기본으로 하는 무대는 잿빛 도시와 같은 현실을 상징하고 병풍의 이미지를 무대 가득 확대하여 현대적 판소리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연출가 남인우는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 요소를 지켜내면서도 이 시대에 맞는 음악적·연극적 상상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고자 했다”며 “우리 안에 있는 전통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다양한 시도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가는 7월 3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 2만5000~3만원. 문의 02-762-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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