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실무협의, 아직도 양보할 것이 남았나?

2010-07-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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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미 미국에 유리하게 협상 타결 쇠고기, 추가 개방 어려워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의가 시작될 전망인 가운데 한·미 FTA 실무협의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있을 한·미 FTA 실무협의의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사실상 우리가 추가로 양보할 수 있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측에서 한국 내 자동차 시장 확대를 겨냥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 한·미 FTA 실무협의 시작 합의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6일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가진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한·미 FTA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실무협의를 갖는 등 한·미 FTA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날 정상회담이 끝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한국 측의 협상가가 모여 이 FTA 협상을 의회에 제출할 수 있게 앞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내가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상당한 추진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그 방문 몇 개월 후에 우리가 이 협정을 의회에 제출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의 의회 비준동의에 앞서 양국 간 이견을 11월까지 해소하고 이후 몇 달 안에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론 커크 USTR 대표에게 한·미 FTA와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측 협상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 협상 전망은?

한·미 FTA의 주된 의제는 자동차와 쇠고기가 될 전망이다. 그 중 자동차 분야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그 동안 한·미 FTA 발효를 위해선 자동차 교역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대해 “미국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엄청난 무역 불균형”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도 “아직 미국이 한·미 FTA 실무협의를 공식적으로 요구해 오지 않았다”면서도 “한·미 FTA 실무협의가 시작되면 쇠고기와 자동차가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55억 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해 1억6000만 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입했다.

이에 따라 상대방 국가에 대한 시장 점유율도 큰 차이를 보여 지난해 1-9월 사이 미국 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7.4%로 지난 2008년 1-9월에 비해 2.1% 상승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0.5%에 불과했다.

즉 우리나라는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보다 34배 정도, 시장 점유율에서 15배 정도 우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지난 2007년 6월 30일 서명된 한·미 FTA 협정문의 자동차 분야를 살펴보면 관세 철폐 시점 등에서 미국 측에 유리하게 규정된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 즉시 거의 모든 자동차의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3000cc이하 자동차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즉시 관세를 철폐해야 하지만 3000cc 초과인 경우 한·미 FTA가 발효되고 나서 3년 후에 관세를 철폐하면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동차 관련 특별소비세도 한·미 FTA 발효 후 3년 이내에 1000cc 초과인 차량은 5% 이하의 세율을 적용해야 하는 등 자동차 관련 세제도 바꿔야 한다.


또한 자동차세도 3단계로 간소화해야 한다. 반면에 미국은 자동차 관련 세제를 바꿀 필요가 없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는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춘 협정”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의 품질이 좋은 점과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미국산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아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상황이라는 것.

한·미 FTA 실무협의가 시작되면 미국은 우리나라에 한국 내 시장에서의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과 한국산 수출 자동차의 관세 철폐를 연계시킬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미 FTA 협정문 내용도 미국 측에 유리한 상황에서 설사 실무협의를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미국 측에 양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는 이미 서명된 한·미 FTA를 변경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쇠고기는 한·미 FTA와 별개

쇠고기 분야에 대해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과 한·미 FTA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와 쇠고기는 별개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12.6%로 지난 2008년의 14.5%보다 하락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등으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실무협의에서 미국 측은 우리나라에 모든 연령 대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수입 부위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개방으로 인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경험한 정부로선 추가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캐나다가 지난 4일 우리 측에 '한국ㆍ캐나다 쇠고기 전문가 간 1대1 기술협의'를 제의해 옴에 따라 양국간 쇠고기 수입 재개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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