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잦은 말바꾸기에 금융권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 이슈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금융기관들은 어 내정자의 발언에 따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해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윤대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 주가는 계열사인 경남은행의 1000억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사고가 발생한 지난 10일 1만4000원대로 추락했다가 15일을 전후로 15000원대를 회복했다.
이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시점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주가가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금융과의 합병안이 비난 여론에 직면하면서 어 내정자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금융 주가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어 내정자가 "향후 2년간 M&A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 내용이 전해진 지난 25일에는 1만4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등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KB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이 낮아지고 분산매각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신임 회장에 대한 선임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5만원대로 진입했던 주가는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4만원대로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차기 회장이 선출되고 그 동안 미뤄왔던 사업들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에 주가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어 내정자가 자주 말을 바꾸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간접적으로 우리금융에 대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 왔던 하나금융지주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증권업계는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M&A보다 그룹 내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힌 만큼 하나금융의 M&A 모멘텀을 기대할 만하다"며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각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환은행도 호재를 맞았다.
최 연구원은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등이 제시한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어 내정자가 우리금융을 포기하면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주가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어 내정자가 취임 전에 우리금융에 대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가 역풍을 맞고 물러선 상황"이라며 "현재는 당장 M&A에 나설 뜻이 없다고 하지만 막상 정식으로 취임한 후에는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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