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리서치용>이재용이 받은 삼성가의 경영수업

2010-06-2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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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때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기 이전에는 집안에서 끊임없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그릇으로 훈련받았다.

경청(傾聽), '먼저 귀기울여 들어라. 그러면 성급하게 판단을해 일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병철의 생각은 삼성가의 처세훈 가운데 첫번째 계명으로 자리잡았다. 이재용에 대해 '말 수가 적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다'는 평가는 널리 알려졌다. 학창시절 친구들부터 비즈니스를 통해 만난 지인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사람들은 이재용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경청'을 가장 먼저 꼽는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말을 줄이고 그 사람의 말에집중하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기는 쉽지만 직접 시행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젊은 나이로 혈기왕성한 이재용이 경청을 오롯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받은 교육의 힘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청 외에도 이재용은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삼성을 경영하면서 이병철과 이건희는 많은 승부수를 던졌고, 대부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재용은 정규 교육에서 접하기 어려운 간접적한 경험을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유학을 마친 후 이재용은 삼성 사장단을 이끄는 이건희의 곁에서 모든 것을 보고 느꼈다.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경영계획을 조율하는 방법과 경영진들의 의견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하고 이를 통해 전체 그룹의 경영방안을 도출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봤다. 그리고 이는 이재용만이 갖을 수 있는 자산이다.

이건희 역시 이병철의 경영을 발치에서 지켜봤다. 물론 큰형인 이맹희가 그룹 후계자였던 시절 이건희는 다소 먼 거리에서 이들 경험했지만 후계자로 선정된 이후 10년 넘게 이병철을 수행했다. 이건희는 이병철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은 옷 매무새도 한치 흐트럼 없는 완벽주의자였다. 시간배분도 철저했다. 그의 시간 관리는 분 단위로 이뤄졌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일어났으며 출근과 퇴근 시간도 일정했다. 자신만의 잣대를 통해 경영과 사람을 판단했고, 판단에 맞는 처분을 내렸다. 경영과 관련한 작은 부분까지 그의 손을 거쳐야 했다. 냉정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생 스타일의 경영인이었다.  

이에 비해 이건희는 게으른 천재의 모습을 갖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0년이 넘도록 그룹 수장으로 삼성을 경영하는 그지만 실제로 그가 삼성 사업장에 출근한 것은 100일도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개인 집무실인 승지원에 머무르며 무언가 골몰히 생각에 빼지면 며칠이고 승지원에서 생활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업무에 집중할 때는 밤을 새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큰 일이 없을때는 늦게 일어난다. 경영과 관련해서도 큰 흐름만 짚어낼 뿐 세부적인 사항은 전문경영인들에게 일임한다.

그럼에도 이병철과 이건희의 경영 스타일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 먼저 이들은 인재에 대한 욕심이 끝이 없다. 또한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었다. 이병철은 '도쿄구상'을 통해 새로운 경영을 구상했다. 그는 도쿄에서 수많은 일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며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이랍소 주인, 복요리집 사장 등 평범한 사람들로부터도 중요한 가치를 얻어냈다. 이건희 역시 국내외 주요 재계 인사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창을 넓혔다. 예술계.학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종종 갖으며 경청의 폭을 넓혔다.

이처럼 삼성가만이 갖고 있는 가풍은 고스란히 이재용에게 이어졌다. 아직 그가 몸으로 체득한 것들을 외부에 보일 기회가 적지만 이 역시 시간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시대에 와서야 삼성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이병철 시절 삼성은 국내 대기업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회장으로 취임하기 이전 이건희는  삼성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이병철의 곁에서 조용히 아버지의 경영을 지켜봤을 뿐이다. 1987년 히장에 취임하고도 한동안은 자신의 경영을 보이지 않았다. 6년 후인 1993년에 이르러서야 이병철의 삼성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회장 취임 이후에도 오랜 기간을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삼성 경영진과 주변 인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때를 기다려왔다.

이재용 역시 삼성을 이끌기 까지 짧기 않은 시간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문화를 감안하면 그 이전에 두드러진 활동을 할 가능성도 적다. 다만 앞으로 그의 경영활동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이재용이 이끌어갈 삼성을 예측해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가에서의 교육 외에도 이재용은 많은 경영수업을 받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그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경영 관련 학문이 아닌 인문학을 전공한 것은 경영자는 사람공부가 중요하다는 이병철의 조언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 졸업 이후 이재용은 게이오 대학원을 종업하고 하버드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병철과 이건희는 와세다 대학  출신임에도 이재용이 게이오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는 점이다. 와세대와 게이오는 한국의 고려대와 연세대 격이다. 2대에 걸쳐 와세다 출신인 삼성가에서 이재용만이 게이오로 입학한 것은 최근 게이오가 와세다보다 일본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 연구의 질이 높아진데다 인맥 관리에도 와세다에 비해 유리하다. 게이오는 일본기업의 2, 3세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정규 과정을 게이오 부속학교에서 졸업한 고위층 자제들이 자연스럽게 게이오 대학에 입학하면서 게이오 출신들은 그들만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 유학에 있어서도 세부적인 부분까지 면밀히 검토한 삼성가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도 교육은 계속됐다. 이재용은 2002년 혹독하기로 유명한 제너럴일렉트릭의 인재개발 시스템인 'EDX'(Excecutive Development Course) 과정을 수료했다. 이듬해인 2003년 '도요타TPS' 연수를 받았다. 2001년 이미 삼성전자 상무보로 본격적인 경영 참여 이후에도 지속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것. 때문에 지금 당장 이재용이 경영 후계자로서 독자적인 성과를 제시할 가능성은 적다. 이건희는 과거는 물론 회장 복귀 이후에도 이재용을 대동하고 중요한 자리에 참석한다. 이는 이재용이 100년 경영을 완성할 후계자인 만큼 오랜 기간을 할애해 지속적인 담금질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가의 공통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해도 이재용의 리더십은 아버지인 이건희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가 이병철의 경영 스타일과 다른 길을 걸었듯이 이재용 역시 자신만의 경영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은 이건희에 비해서는 모범생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병철이 냉철한 모범생이었다면 그는 따뜻한 감정을 가진 모범생에 가깝다. 이건희와 같은 천재적인 번뜩임도 눈에 띈다. 이건희는 이병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고집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재용 역시 삼성전자 입사 이전인 2000년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일찍이 파악하고 인터넷 사업에 도전을 한 경험이 있다. 이건희와 초창기 반도체 산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용의 인터넷 사업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건희와 이재용의 삼성 승계 과정은 상당 부분이 다르다. 이건희는 30대 중반에야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다. 여기에 위로는 두명의 형들이 있었다. 한때는 부회장의 권한을 빼았기기도 했으며 자신의 측근인사들이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경영 승계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난관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용은 이건희의 유일한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삼성의 후계자로 인정을 받았다. 경쟁자가 없다보니 그를 견제하는 세력도 없고 자칫 이러한 과정에서 이재용이 어려운 역경을 헤쳐내감으로써 체득할 수 있는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때문에 이재용의 삼성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재용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보다 더욱 준비된 경영인으로서 수업을 받아왔으며 이같은 직간접적인 경험은  앞으로 그가 이끌어나가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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