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기술 창조로 진정한 제조산업 리더 되나

2010-06-2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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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원천기술 보유 '와이브로' 국제 표준' 획득
- 현대차 10대 엔진 선정
- 디스플레이 등 신사업서 자체 개발 박차


(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 기자) 과도한 로열티 지급과 부품·장비·소재산업 해외 의존 등으로 인해 세계 주요 산업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도 저평가를 받아온 한국이 핵심기술 발굴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산업강국으로 변신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은 선진국들이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빠른 추격전을 벌이며 이들과의 격차를 줄여왔다. 하지만 후발주자이다보니 원천기술이 전혀 없어 기술사용료를 지급해야 했다. 아울러 후방산업 육성이 어려워 주요 부품과 장비·소재 등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산업계는 단순히 제품생산에 머물렀던 과거와는 달리 시장을 이끄는 리더로서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는 리더 역할에 나서고 있다.

와이브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와이브로는 이미 3세대(3G) 국제표준으로 인증을 받았다. 조만간 4G 표준도 획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와이브로는 또 다른 통신기술인 LTE와 차세대 기술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쟁에서 승리하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해도 이미 와이브로를 채택한 국가만도 20여개에 달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 등 시장 규모가 큰 국가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사용으로 천문학적인 사용료를 지급했던 처지에서 앞으로는 통신기술 종주국으로 장비 및 통신사업의 해외 진출과 함께 원천기술 사용료를 해외 기업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와이브로는 내년 하반기에 4G 상용화 장비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에나 장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LTE 방식에 비해 1년 가량 빠른 상용화로 IT망 구축에 나서고 있는 국가들과의 활발한 협상이 게대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2004년부터 '국제반도체 표준화기구(JEDEC)'의 회장사를 맡아 글로벌 반도체 기술의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DDR3와 450㎜ 웨이퍼 등에 대한 표준화를 주도하며 기술부문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 22일 세계 최대 규모인 5.5세대 AMOLED 생산라인 건설에 나섰다. 이미 해당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이번 라인 증설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3D TV의 핵심인 패널과 칩을 자체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특히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기술 역시 독자적으로 완성했다.

LG 역시 그룹 차원에서 원천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10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 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연구개발(R&D)에 대한 관심을 표출했다. 특히 이날 LG는 태양전지·차세대조명·총합공조·차세대전지 등 차세대 성장엔진 4개 분야의 R&D 현황을 중점 점검하고 향후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LG 관계자는 "올해 R&D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23%가 늘어난 3조7000억원"이라며 "사상 최대 R&D 투자를 통해 차세대 성장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산업에서는 이미 선발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어렵지만 신규사업에서는 충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업계 역시 핵심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타우' 직분사(GDI) 엔진은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됐다. 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엔진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

부품분야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총 3200억원을 투자해 총 550건의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현대기아차를 벗어나 독일 다임러·폴크스바겐·BMW, 미국 포드·GM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부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만도 역시 차세대 안티록 브레이크 시스템(ABS)과 주행 안정성 제어장치(ESC) 등 첨단기술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올 초에는 세계 최초로 자동 직각주차시스템(SPAS)을 개발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능동적 보행자 보호시스템(APPS) 등 최첨단 신기술도 개발 중에 있다.

전자·자동차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래를 내다본 기술 확보가 점차 빛을 보고 있는 것. 다만 여전히 미국·유럽·일본 등 선발국가들이 주도해온 분야가 남아있는 만큼 국내 기술이 주도권을 잡기까지는 이들과의 특허교차 등을 통해 원천기술 미비로 인한 출혈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부 역시 직접 나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자동차·정보통신·로봇·소재 등 11대 산업 원천기술분야에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반도체장비 기업 육성을 위해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국내 기업들의 취약한 기반을 지원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한국은 'IT 강국'이 아니라 'IT 소비 강국'에 불과하다"며 핵심 IT 장비·소프트웨어·부품·소재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해당분야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최근 단순한 제품생산 기술뿐 아니라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핵심기술 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며 "이는 외화 획득 등 국익에도 도움이 되므로 이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 역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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