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은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4억원을 선고했다. 세무조사를 무마하고 자신의 채무를 탕감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에게 부인 홍모씨의 화랑 그림을 강제로 사게 한 소위 '그림 강매'에 관련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무원의 배우자가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금품을 직접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 내용이다.
따라서 부인 홍씨의 그림을 구입하거나 홍씨의 화랑에서 컨설팅 용역을 의뢰한 B건설 사주 김모씨, S사 사주 이모씨, I사와 M화재는 죄책을 면하게 됐다. 물론 금품수수 등의 죄책의 대상을 오직 안 전 국장으로 집중한 검찰의 기소제기에 따라 법원이 이같이 판단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검찰이 금품수수혐의를 제기한 안 전 국장외 다른 이의 죄책을 판단할 책임이 법원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법감정으로서는 안 전 국장과 기업, 그리고 기업과 부인 홍씨로 이어지는 유착의 고리에서 무죄를 도출하기는 힘들다. 특히 검찰의 역할론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유착관계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법률적 판단이 없다면 안 국장 사건의 결말은 반쪽의 정의다.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5일 유죄를 선고받은 안 전 국장은 행안부를 통해 발빠르게 '파면'을 선고받았다. 공무원 징계와 관련한 최고 수위다. 하지만 세무조사 무마 등와 관련해 안 전 국장과 관련된 직원들의 경우 적어도 공식적인 징계발표는 없었다. 특히 이 점은 재판 첫 공판시 안 전 국장의 변호인 측이 작심하고 물어본 문제다. 당시 검찰은 재판결과를 보고 관련 징계를 처리하겠다는 국세청의 답변을 이야기한 바 있다.
옳고 그름은 때로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오해를 일일히 해명할 의무도 없다. 하지만 '박수는 절대 한 손으로 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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