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원정 첫 16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표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펼친 기업들은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위기를 겪거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기업은 채권은행의 압박과 경영난에 최고의 마케팅 호기를 놓쳐 탄식만 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3일 조별예선에서 난적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랐다.
대표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나선 현대·기아차나 월드컵 마케팅에 집중한 삼성전자·두산·KB금융·SK텔레콤·KTF 등은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TV광고 A보드 등을 통한 브랜드 노출로 15조원 가량의 마케팅 효과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가 이번 월드컵에서 쓴 비용은 약 5000억원으로 비용 대비 30배에 달하는 산출효과를 거둔 셈이다.
삼성전자도 3D TV 광고에 박지성·박주영·이청용 등을 기용해 이달에만 8000대 이상의 3D TV를 팔아치웠다. 이달 말까지 국내에서 3만대, 해외에서 60만대 판매가 무난할 전망이다.
LG전자 역시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4000대 이상의 3D TV를 판매했다. 이달 판매량은 7000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이들 기업과는 달리 GM대우·쌍용자동차·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은 울상을 짓고 있다.
워크아웃·유동성 위기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채권은행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GM대우는 월드컵 관련 행사 등 마케팅 활동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가로막혀 당초 방침을 접었다.
GM대우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을 맞아 관련 홍보 활동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산업은행이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며 "경영과 관련해 산은의 감시를 받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판촉 행사를 벌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각이 추진 중인 쌍용자동차와 워크아웃 진행 중인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속상하기는 마찬가지.
섣불리 월드컵 마케팅을 벌였다가 비판 여론을 받을 수 있고, 주채권은행의 타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진행 중인 한 기업의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절감 및 경영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특수를 누릴 수 있는 호기를 놓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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