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옛 동원증권과 벌였던 지분 경쟁을 연상시킬 만큼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는 권 회장의 이러한 행보가 회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를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권 회장은 연초부터 이달 17일까지 KTB투자증권 보통주 345만주를 1주당 평균 3504원에 모두 121억2300만원을 들여 장내매수했다.
권 회장은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KTB투자증권 지분율을 10.41%에서 15.44%로 끌어올렸다.
공교롭게도 지분율 변동폭은 이 증권사 전신인 KTB네트워크를 상대로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이 적대적 M&A를 시도했을 때와 비슷하다.
동원증권은 2000년 6월 29일 KTB네트워크 지분 12.18%(734만주)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이전까지 KTB네트워크 최대주주였던 이 회사 계열사 미래와사람은 지분율 10.86%(655만주)로 2대주주로 밀렸다.
권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미래와사람을 통해 KTB네트워크를 지배해 왔으나 자칫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까지 몰렸던 것이다.
미래와사람은 이때부터 같은해 7월 10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KTB네트워크 지분율을 10.86%에서 15.00%로 끌어올려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았다.
두 회사가 지분 경쟁을 벌이면서 KTB네트워크 주가는 2000년 6월에만 50.19% 급등하면서 같은달 말 1만2000원까지 뛰었으나 연말에는 3분의 1 토막인 3800원으로 되밀렸다.
당시 KTB네트워크는 오히려 동원증권을 역으로 M&A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KTB네트워크 후신인 KTB투자증권이 증권업 인가를 취득하고 새내기 증권사로 영업을 시작한 뒤에도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권 회장 측 지분율 탓에 M&A설은 끊이지 않았다.
2008년 10월 KB금융지주 계열 KB자산운용은 KTB투자증권 지분 10.92%를 취득하면서 10.49%인 권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이 운용사가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히면서 KTB투자증권을 둘러싼 M&A설은 잦아들 수 있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사에서 금융사로 바뀐 만큼 최대주주가 안정적 지분을 확보해 투자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 지분 매집에 나선 주체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며 "최대주주가가 지분 확대로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꾸준히 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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