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데 따른 효과다.
그러나 BIS 비율 상승은 대출 축소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감소와도 연관성이 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18개 은행의 BIS 비율은 14.66%로 지난해 말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08년 9월 말 10.86%까지 떨어졌던 BIS 비율은 2008년 말 12.31%, 2009년 3월 말 12.94%, 6월 말 13.74%, 9월 말 14.21%, 12월 말 14.36% 등으로 6분기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기자본에서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뺀 기본자본비율(Tier1)도 11.35%로 0.42%포인트 올랐다.
통상적으로 BIS 비율이 10%를 넘으면 우량은행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융당국은 12%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한은행(16.20%), 하나은행(16.16%), 외환은행(16.02%), 한국씨티은행(16.63%), 산업은행(16.74%)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의 BIS 비율은 16%를 넘어 당국의 권고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은행들이 3조40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자기자본이 크게 증가했다"며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은행권의 BIS 비율 상승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BIS 비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익 증가율이 1.6%를 기록한 반면 위험가중자산 감소율은 0.5%에 그쳤다"며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내 BIS 비율이 상승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지난해 12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은행 규제안을 발표한 후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BIS 비율이 높은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BIS 비율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보면 그리 탐탁스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계 연구기관 관계자는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BIS 비율이 높아진 것은 배당률을 낮추고 위험가중자산을 많이 정리했기 때문"이라며 "위기 상황이니 배당을 줄이라는 요구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 팀장도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한 것은 결국 대출을 줄였거나 대출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의미"라며 "이는 은행이 자금중개기능 및 신용공급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기업 자금난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은행들이 의도적으로 대출을 줄였다기보다는 기업 신용리스크가 상존해 대출처가 마땅치 않았던 원인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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