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미국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와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교수. 두 사람은 대공황이 만들어낸 역사적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929년 뉴욕증권거래소 주가 대폭락을 신호탄으로 전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은 당시 경제학자들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의해 시장은 굴러간다는 고전파 경제학파의 논리가 절대시 되던 때였다. 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틀이었던 세이의 법칙(Say's law)은 생산 그 자체가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간섭을 하지 않아도 시장이 자동 조절 기능을 통해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를 해소한다는 주장이다. 어찌보면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희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고전파 경제학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재고가 쌓이면서 돌아가던 공장은 멈추고 공장이 멈추면서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문제가 해소되기는 커녕 악화만 됐다. 경제학자들도 이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고 자본주의 선두라는 미국 정부도 허둥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때 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준 학자가 바로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케인즈였다. 케인즈의 주장은 "공급은 많은데 이를 사줄 유효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요를 늘려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이론을 담고 있는 케인즈의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일반이론)'이다. 그리고 1932년 공화당의 후버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루즈벨트는 뉴딜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를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루즈벨트가 케인즈의 이론을 받아들여 정책에 접목한 것이다.
케인즈의 유효수요는 실제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을 갖고 있으면서 구매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구매력이 확실한 수요다. 이에 반해 구매력에 관계없이 물건을 갖고자 하는 것이 절대적 수요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수요다. 또 욕구는 있지만 어떤 사정에 의해 구매를 미루는 경우가 잠재수요다. 예컨대 돈이 있어도 정책 등의 통제 때문에 살 수 없다든지 아니면 앞으로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해 구입을 미루는 것 등이다. 또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일정 수준 소득이 늘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만큼 변수가 많다.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지고 있다.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은 6개 지구 총 1만5544가구(기관추천 특별공급 제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서울 내곡과 세곡2지구 등 강남권 2곳은 예상대로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됐다.
그러나 나머지 수도권 4곳은 특별공급에서 일부 미달 가구가 나온 데 이어 일반공급에서도 구리 갈매를 제외하고는 미분양이 발생했다. 남양주 진건과 시흥 은계, 부천 옥길 등 3곳에서 3793가구(특별공급 포함)가 미달됐다. 전체 모집가구 수의 24%를 넘는 물량이다.
청약저축(주택종합저축 포함) 가입 6개월 이하인 3순위까지 대상으로 했음에도 상당수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한 때 '로또'라는 별칭까지 얻어가며 열풍을 몰고왔던 보금자리가 7개월만에 미분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2차지구 사전예약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1차적인 요인으로 분양가를 들고 있다. 1차 보금자리는 주변시세의 70% 수준이었으나 2차는 시세와 별 차이가 없어 수요자 입장에서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5년 의무거주와 7~10년의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도 청약을 망설이게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물론 침체된 주택시장과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입지 즉,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도 한 요인이다. 서울(특히 강남권)과 나머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온도차만 확실하게 확인해준 결과였다.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는 이번 사전예약은 말 그대로 사전예약일 뿐이며 본청약에서는 달라질 것이라며 느긋한 입장이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분위기를 띄워 줄 강남권에서는 나올 물량이 사실상 없는데다 이에 버금가는 입지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무한정 내릴 수도 없다. 보상비와 공사비 등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보금자리주택이 자칫 당첨자에게 시세차익만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보금자리지구에서 발생할 지 모를 대규모 미분양 사태다.
경제활동의 기본은 수요과 공급의 균형에서 비롯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문제는 그 수요가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는 유효수요라는 점이다. 유효수요가 실질적으로 구매세력에 가담해야 공급을 소화하면서 정상적인 흐름을 찾아갈 수 있다. 본지가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 앞서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목표만을 위한 정책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young@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