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중앙은행은 현지시각 24일 카하 메디테라네오 등 스페인 저축은행 4곳이 부동산대출 부실로 인해 합병계획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국가부도위험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긴축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둔화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현재의 유럽발 재정위기가 가계부채, 국가부채의 차이일 뿐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택시장 지표 호전에도 다우지수는 24일(현지시간) 1.24%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맥을 못 췄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90% 떨어졌고, 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3.1% 급락한 9459.89를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역시 각각 3.23%, 3.05% 떨어졌다.
국내 증시도 코스피가 전날보다 2.74% 떨어진 1560.83으로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아시아 증시 급락 원인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을 지목했다.
북한발 리스크보다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핵심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정명선 BNP파리바증권 리서치헤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증시 기초여건에 영향을 미칠 장기적인 요인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미국 경제규모의 70%에 달하는 유럽 재정위기는 이번 스페인발 악재처럼 실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이번 재정위기로 유럽각국은 1000억 유로에 이르는 재정 긴축뿐 아니라 세수확대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이번 유럽발 위기는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글로벌마켓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선 이중침체(더블딥)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블딥 우려를 기우라고 하지만 스페인 저축은행 소식만 보더라도 시장에선 더블딥 우려에 대한 해답을 내놓으라고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유럽 재정위기는 서브프라임 사태와 비교해 그 규모가 적어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브프라임사태와 비교할 때 PIGS 재정위기는 부실대상 자산규모는 3분의1, 추정손실 규모는 10분의1 수준"이라며 "글로벌 경기가 고용회복과 내수회복세를 바탕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국내 주가 흐름만 봐도 지난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와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앞선 위기를 겪으면서 체득한 학습효과 덕분에 민첩한 대응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정은 짧게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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