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브라질발 대규모 해양프로젝트의 물꼬가 드디어 트였다. 국내서 투자계획을 밝힌 지 꼭 1년 만이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3차에 걸쳐 드릴십(심해 해양시추선) 28척을 발주한다. 드릴십 한 척 가격이 6~7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1차 입찰 마감일은 오는 26일. 드릴십 7척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2개 업체에 총 14척을 발주한다. 2·3차는 각각 다음달 3일과 9일로 예정돼 있다.
모처럼 나온 대규모 발주 소식에 국내 업체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1차와 3차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1차 입찰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페트로브라스는 지난해 4월 국내서 개최한 투자설명회를 통해 오는 2013년까지 심해유전 개발을 위해 1774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대규모 발주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페트로브라스가 지난해 발주한 물량은 FPSO(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설비) 8척의 선박 부분인 헐(Hull)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자국 업체인 'Engevix컨소시엄'에 맡겼다. 브라질 정부가 내세운 '자국건조주의' 때문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이번 발주에서도 자국건조주의를 고수하고 있지만 한국 업체의 수주 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번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현지 조선사들의 지분을 인수,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삼성중공업은 브라질 아틀란티코 조선소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현지 대형 조선사인 OSX의 자회사 지분 10%를 인수했다. 대우조선도 수주를 전제로 현지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STX조선은 STX유럽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주하는 선박이 드릴십이라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호재다. 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44척의 드릴십을 싹쓸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브라질의 조선소들은 드릴십 건조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국 건조주의를 고수하더라도 자국 내 업체 선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의 수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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