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많은 사람들이 '안 쓰는 신용카드는 잘라서 버려야 한다'고 알고 있다. 누군가 버려진 카드를 다시 주워 쓸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을 못 하도록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상식과 달리 카드를 절단한다고 해서 카드를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접착제 등으로 붙여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반으로 접어 버린다고 해도 펴면 결제가 가능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그네틱선을 잘라버리면 내부에 있는 데이터가 모두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멀쩡한 카드처럼 잘 인식되지는 않겠지만 여러 차례 긁으면 결제 승인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그네틱선(MS)의 저장 방식 때문이다.
'긁는 결제'에 이용되는 마그네틱선은 플라스틱 카드 표면에 미세한 크기의 자석을 붙여놓은 것이다. 카드사는 미세한 자석의 N극과 S극을 번갈아 배치해 2진법 방식으로 고객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전에 많이 사용됐던 카세트테이프, 플로피디스크도 이와 같은 정보 저장 방식을 사용했다.
즉 카드를 자르더라도 마그네틱선 내에 있는 정보는 그대로 있기 때문에 절단된 면을 이어 붙이면 단말기가 정보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카드를 잘게 자르거나 지그재그로 자르면 악용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잘게 자를 수록 마그네틱선 내에 있는 트랙을 정확히 연결시키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마그네틱선에서 실제 결제에 사용되는 부분은 얇은 선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눈에 보이는 마그네틱선은 13mm의 폭이지만 실제로 결제 상황에서 단말기에 인식되는 트랙의 폭은 3mm가 채 안 된다. 신용카드 위에 철가루를 뿌린 뒤 살짝 털어내고 스카치테이프로 철가루가 묻은 부분을 확인해보면 마그네틱선 한 가운데에 한 줄만 자성(磁性)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그네틱선은 3개의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신용카드는 2번 트랙에만 회원번호, 유효기간, 카드번호 등이 저장한다. 1번 트랙은 백화점이나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등에 사용된다. 3번 트랙은 현금 인출을 위한 것으로 결제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이 입력돼 있다.
자르는 방법 외에 자석이나 자성을 가진 물체로 마그네틱선을 문지르는 폐기법도 있다. 스피커나 텔레비전, 전자렌지 등 자성이 강한 전자제품 위에 신용카드를 올려두었다가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카드사 관계자는 "비밀번호나 안심클릭 비밀 번호를 안다고 가정하면 마그네틱선이 훼손된 카드라도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카드를 쓸 수 있다"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카드를 버리기 전 해지 신청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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