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유럽발 재정위기 '패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협상 타결 및 경제지표 개선 소식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연쇄부도 공포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 증시는 지난주 나흘 연속 하락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일주일 새 5.71% 추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6.39%, 7.95% 주저앉았다. 미국 경제 회복의 가늠자로 여겨져온 고용지표가 개선됐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이 4년만에 최대치인 29만명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상승 출발 직후 급속도로 낙폭을 확대하다 1~2%대의 하락세로 장을 접었다.
유럽 주요 증시도 이날 3~4% 가량 빠지며 18개월래 최저치로 밀려났다. 전날 뉴욕증시가 3%대의 급락세를 연출한 것이 유럽발 위기의 전 세계 확산 우려를 자아낸 탓이다.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는 지난주 8.81% 급락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 DAX지수는 7.57% 떨어졌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확산된 공포는 아시아 증시도 비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중국 상하이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6.35% 추락하며 주간 낙폭을 6.28%로 확대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무려 17.97% 떨어졌다.
일본 도쿄증시는 잇딴 휴장으로 지난주 거래일이 이틀에 불과했지만 낙폭은 8.50%에 달했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유럽발 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에 2조엔 규모의 긴급자금을 투입했다. BOJ가 긴급자금 수혈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닛케이225지수는 6일 3.27% 떨어진 데 이어 이날 낙폭을 5.13%로 확대했다.
유로화의 약세행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이날 지난주 들어 처음으로 반전에 성공, 1.1% 올랐다. 하지만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주 4.1% 하락하며 14개월래 최저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신이 깊어 유로화가 한동안 약세행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리처드 플라눌로비치 웨스트펙뱅킹코퍼레이션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는 "7일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상승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에 노출된 유럽 은행권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 탓"이라며 "1100개에 달하는 유럽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봐야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뿐 그리스 재정위기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ECB가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한 위기의 확산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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