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측은 최근 스팩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심사 항목도 늘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팩 상장을 준비 중인 각 증권사들은 전과 달리 까다로워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최근 스팩 급등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발언이 심사 지연에 한 몫 한 것 아니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월 제도 도입 후 증시에 상장된 스팩은 대우증권스팩, 미래에셋스팩1호, 현대증권스팩1호, 동양밸류스팩 모두 4개다.
스팩 1호인 대우증권 '그린코리아'는 지난 1월22일 청구 1주일 만에 상장 적격 판정을 받았다. 2월5일 동양종금증권의 '동양밸류오션'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 스팩도 심사청구부터 통과까지 걸린 기간은 길어야 20일 정도였다.
반면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증권사들은 한달이 다 되도록 심사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메리츠증권 '히든챔피언'은 지난달 22일 상장 심사를 청구했지만 여지껏 심사 관문을 넘지 못했다. 교보증권 '교보KTB(3월26일)',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신성장1호(3월31일)'도 마찬가지다.
해당업계는 청구한 스팩에 하자가 있다기 보단 한때 이들이 투자 과열 양상을 빚자 거래소가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풀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원 결격사유, 발기인 구성, 스팩 구조 등을 더 들여다보는 것 같다"며 "일반기업과 달리 현금만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놓고 도입 초기와 지금의 심사기간에 있어 일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시기에 청구했어도 유가증권시장이냐 코스닥시장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며
"이는 심사 형평성을 결여한 것이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초기엔 스팩 자체의 사전준비가 많았지만 이후 구성을 달리하는 스팩이 잇따르면서 점검해봐야 할 사항이 보다 많아진 게 큰 이유"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또 "심사 청구 이후 임원진이 보완되면서 늦어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한때 과열 이유도 있고 해서 심사항목이 종전보다 늘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각에선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스팩 급등에 따른 예의주시 발언으로 스팩 신규 상장을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2일 앞서 상장한 스팩들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장감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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