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필 정치학 박사 |
아무리 바쁘고 힘든 삶이라도 우리는 그 샛노란 꽃들을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산허리의 절반을 덮고 있는 개나리는 오직 이 한철에만 꽃망울 틔우고 사그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죽은 땅에서 개나리를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에 뒤섞인 우리의 잠든 영혼을 꽃비로 깨우는 4월은 정녕 잔인한 달입니다.
"WO WARST DU, ADAM"
헝가리 어느 전투지역에서 후퇴하는 병사 파인할스를 통해 본 전쟁의 공포와 짓밟히는 평화, 후일 독일의 문필 하인리히 뵐은 외칩니다.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2010년 4월, 772함 젊은 이들이 슬프게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랬습니다.
그러나 이젠 주검으로라도 그들은 만나야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슬픈 대한국민이 당신의 알리바이를 묻습니다.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지만, 나, 당신, 그리고 우리, 이날에 다시 전흔의 폐허 속에서도 부르짖던 노산을 생각합니다.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더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보고 싶다."
맨발의 아베베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식민 국가였던 조국 에티오피아에게 올림픽의 금메달을 두 번이나 선사하면서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라고 말했던 맨발의 마라토너 말이죠.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그런 그에게도 35km지점은 체력이 바닥나는 가장 힘든 지점입니다.
한번은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후보 전년도 우승자 존 켈리가 이 지점에서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2위로 달리던 타잔 브라운 선수에게 추월당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켈리의 마을을 아프게 했다하여 그곳을 "상심의 언덕(Heartbreak Hill)"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켈리에게는 마의 구간이지만 브라운에게는 역전의 지점(Turning point)이기도 합니다.
러너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곳이기에 빽빽이 늘어선 사람들이 가장 우렁차게 응원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무엇으로 슬픈 대한민국을 위로하겠습니까?
다윗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처럼 "다, 지나간다"고요?
아니면 '충격편견(impact bias)', 백악관에 누가 앉든, 롯데가 우승하든 우리는 또 똑같은 사무실에 출근하고 똑같은 집으로 돌아온다고요?
"기뻐하는 모든 것은 순간이다. 고통받는 모든 것은 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영원뿐이다."
밀라노 대성당에 새겨진 문구를 백팔번뇌처럼 읊조릴까요?
꽃샘 추위속에서도 개나리의 노란빛은 더욱 영롱합니다.
설령 꽃샘추위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노란 결정들이 떨어질 것을 이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새롭게 피어날 소담한 새순들을 기억합니다.
아무도 산봉우리에서 산봉우리로 곧바로 가지 못하고 누구도 산위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사실도 한 시인의 시어를 통해 공감했습니다.
그러하니 4월의 대한민국, 가장 힘든 상심의 언덕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응원하기에 애통하라!
잠잠하라!
그리고 다시 일어나라!
[김선국 기자 uses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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