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뉴스]도요타 사태 여진, 도요타 학습효과로 전환되는 조짐

2010-04-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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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작은 경고도 크게 듣는다 [중앙일보]

2010.04.14 02:19 입력 / 2010.04.14 04:07 수정

도요타 리콜 사태 80일 … 국내 산업 전반에 큰 영향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모습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이다.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이 처음 사용했다. 발생 80여 일째인 도요타 리콜 사태가 꼭 그렇다. 국내 기업들은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위기대응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선 ‘도요타 반면교사 삼기’ 열풍이 불었다.

도요타의 가장 큰 잘못은 리콜 자체보다 고객의 안전을 소홀히 여긴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었다. 품질의 위기가 신뢰의 위기로, 신뢰의 위기가 경영의 위기로 확산됐다. 초일류 기업도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흔들리는 것을 지켜본 국내 기업들은 품질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절대품질론’을 내세웠다. 휴대전화의 경우 배터리 폭발 가능성, 전자파, 유해물질 함유 여부 등 3개 항목을 절대품질 대상으로 삼아 무결점을 지향하기로 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3월초 임원세미나에서 “품질은 어떤 순간에도 타협할 수 없는 고객과의 절대적인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2월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품질을 능가하는 경영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육류·생선·과일 등의 신선식품 품질혁신에 나서 품질 미달 상품을 전량회수해 폐기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고 나중에 보고하는 ‘선조치 후보고’ 제도를 도입했다. 롯데그룹은 제조·판매되는 먹을거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올 세이프’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업들, 글로벌 사업장도 재점검

2월 하순 현대차의 신형 YF쏘나타 리콜과 LG전자의 구형 드럼세탁기 105만여 대 리콜 등 기업들의 발 빠른 리콜 전략은 도요타 사태와 무관치 않다. LG 관계자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드럼세탁기 리콜을 세탁기에서 어린이가 질식사한 사고 4일 만에 결정한 것은 도요타 사태 이후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사태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사업장을 재점검하는 계기도 됐다. 해외 사업장의 부품 불량이 사태의 진원지였기 때문이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협력업체들에 점검팀을 파견해 특별 실사를 벌였다. 삼성은 전 세계 사업장의 품질관리 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했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다시 짚어보고 있다. ‘하청업체 쥐어짜기’가 결국엔 품질관리에 ‘독’이 된다는 사실이 도요타 사태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단 대기업만 자극을 받은 건 아니다. 경남의 선박엔진 부품 생산기업인 화영은 2월 말 14명의 직원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쇼바와 연료펌프 생산공정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기업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7곳은 도요타 사태가 경영에 영향을 줬다고 대답했다. 20.6%는 ‘회사 경영 방침에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고, 52.4%는 ‘품질과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경영방침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완성품의 품질관리 강화’(52.6%)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부품·소재 협력업체 관리 강화’(27.8%), ‘문제 발생 시 대응체계 확립’(15.7%) 등의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상렬·이수기 기자


도요타 관련 주요 발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 도요타 사태 원인을 분석해 현대·기아차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 대책을 세우라.”

구본무 LG 회장
“ 품질은 어떤 순간에도 타협할 수 없는 고객과의 절대적인 약속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도요타 사태에서 보듯 방심하면 언제든지 침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야 한다.”

 

도요타 사태서 한국 기업들 많이 배웠다 [연합]

2010.04.13 06:10 입력

상의 1천420곳 조사..73% `경영방침 변화.품질인식 강화` 계기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사태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한국 기업들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1천420곳을 대상으로 도요타 사태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사태로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 말에 20.6%는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 52.4%는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품질과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다'고 말해 전체적으로 73%가 도요타 사태를 '경영개선 및 품질인식 강화'의 계기로 삼은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업종인 자동차업계에선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이 60.7%에 달했고,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17.4%)보다는 대기업(29.2%) 중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곳이 더 많았다.

경영방침 변화의 내용으로는 '완성품의 품질ㆍ안전관리활동 강화'(52.6%), '부품·소재 협력업체관리 강화'(27.8%), '문제발생 시 대응체계 확립'(15.7%) 순으로 꼽혔다.

'도요타 사태와 같은 일이 우리 기업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64.4%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고,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기업은 33.1%였다.

'도요타 리콜사태로 국내 관련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66.3%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24.6%)이라는 전망보다 우세했다.

기대하는 반사이익으로는 '시장 점유율 상승'이 60.5%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자동차 이미지 개선'(17.3%), '부품 및 품질관리 강화 기회'(11.6%), '부품업체 판로확대'(10.3%) 등이 꼽혔다.

도요타사태의 배경에 대해서는 59.9%가 '문제발생 초기의 대응 미흡'을 지적했다.

반면 '급속성장에 따른 부작용'(14.1%)이라거나 '품질문제'(11.2%)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박종남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품질의 대명사로 세계 1위를 달리던 기업이 작은 부품의 결함으로 한순간에 휘청거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내 기업들도 품질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모기업과 협력사 간 상생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도요타, 이번엔 내분 [중앙일보] 

2010.04.16 02:41 입력 / 2010.04.16 03:52 수정

리콜 사태 계기로 오너·경영진 갈등 불거져
“일부 인사가 품질 망쳐” “잘 나갈 땐 가만 있더니”


오너와 전문 경영인이 한판 붙을 판이다. 대규모 리콜 사태로 고전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에서 그렇다. 잘나갈 땐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협조와 상호존중이 부각되던 회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창업주 일가와 전문 경영진 사이에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창업주 일가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대량 리콜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 경영인인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부회장에게 자회사로 갈 것을 제안했지만, 와타나베 부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이는 창업주 일가와 전문 경영진 간의 갈등이 리콜 사태를 계기로 확대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WSJ는 지적했다. 도요다 사장과 측근들은 지난해 새 경영진을 짤 때 전임 전문 경영진이 빠른 성장과 이익 확대만 추구하는 바람에 품질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도요다 사장은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도 전임 경영인들을 겨냥해 “일부 인사가 수익 창출에만 지나치게 집착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 경영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 경영인들이 도요타를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키울 때는 아무 말 않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뒤늦게 책임을 전가하며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면서 이익 확대 전략을 추진해온 것에 대해 도요다 사장이 제동을 건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위기는 준비가 안 된 도요다 사장의 위기라고 반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도요타 내부의 갈등은 일본의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가 지난달 13일 ‘도요타의 내부 갈등’을 특집 기사로 보도하면서 표면화됐다. 이 잡지는 “지난해 도요다의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창업주 가문 사이에 격렬한 내홍이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사내의 도요다 반대파들은 “도요다 사장의 가족이 보유한 도요타의 지분은 0.45%에 불과해 창업주 가문이 4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포드자동차 가문과는 다르다”며 도요다 사장의 경영권 장악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도요다 사장은 취임 직후 40대 부장급들로 ‘도요타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을 구성해 사장 직속으로 운영했다. 이는 자신의 친위대 성격의 조직으로, 사내에선 기존 경영 체제와 선을 긋는다는 신호로 해석됐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와타나베 전 사장이 설치했던 경영기획부를 해체하고 종합기획부를 신설하면서 기존 경영진의 반발을 샀다. 도요게이자이는 이 같은 신구 경영진의 대립 탓에 지난해부터 의사결정에 빈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또 대규모 리콜은 도요타의 강점이던 팀워크가 흔들리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렉서스 GX460 전 세계 판매 중단

한편 도요타는 15일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로부터 ‘사지 말아야 할 차’로 평가받은 렉서스 GX460에 대한 판매중단 조치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로 했다. 컨슈머 리포트는 이 차가 빠른 속도의 코너링 과정에서 전복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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