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 달러(약 6000만원)의 중형이 구형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관직에 있던 사람이 민간업자로부터 인사청탁과 관련해 거액을 수수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장관과 국회의원, 총리 등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고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려 거짓된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돈을 준 일시와 장소, 금액, 경위, 동기 등 본질적인 사실관계를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중요 부분에 일관성과 합리성이 있으면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되며 곽 전 사장이 일부 수정한 내용은 그 경위와 이유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오찬 경위나 당시 상황, 관련자 증언 등을 고려할 때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를 받은 점이나 직무 관련성 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약 50분에 걸쳐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표적수사로 생겨난 비극의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최후 진술했다.
변호인은 "유일한 증거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인데 10만 달러을 줬다고 했다가 3만 달러를 줬다고 하고 또 이를 5만 달러로 바꾸는 등 전후 일관성이 없으며 검찰이 제출한 조서에 관련 내용이 온전히 반영돼 있지 않은 등 수사 과정 전체의 진실성과 합리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에게는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지만, 죄를 인정하고 있고 횡령한 돈을 모두 변제했으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자백하고 있다"며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하고, 곽 전 사장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형을 정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20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에게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작년 12월22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8일 첫 공판을 시작해 이날까지 13차례의 공판기일을 여는 등 집중심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으며, 오는 9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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