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함침몰] 수차례 바뀌는 軍 발언...실종자 가족들 눈물·분노

2010-04-0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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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고 발생 일주일이 1일 현재까지 여전히 46명의 실종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대신 천안함을 둘러싼 의혹들만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은 불거져 나오는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지만, 군의 설명이 더욱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자꾸만 바뀌는 군 당국 발언

해양경찰청은 이날“해군 2함대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33분께 인천해양경찰서에 구조지원을 요청할 때 '천안함이 좌초되고 있다'고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한 것과 다르게 암초에 부딪혀 침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북한은 6ㆍ25 당시 3000여기의 기뢰를 동해와 서해에 설치했다"며 "북한 기뢰가 흘러들어와 우리 지역에 있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군은 침몰사건이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두고 "북한과의 관련 여부를 낮게 본다"고 말했다가 이후 "북한이 관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군은 사고 당시 천안함과 속초함, 제2함대사령부 간의 통신 내용이 담긴 교신록의 공개를 두고도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교신 내용에는 민감한 군사적 보안사항까지 포함돼 있어 전면공개는 어렵다"며 "교신 내용에는 사고원인을 규명할 결정적인 정보는 전혀 없다"고 말해 교신록 공개 불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 이기식 준장은 1일 교신록 공개 여부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되는지 보아서 공개할 수 있으면 공개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이 처장은 그러나 "교신록에는 한 작전의 단편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작전이 다 연계되어 있다"며 "공개 여부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속초함이 포격한 건 새떼?

군은 1일 "속초함은 지난달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뒤 1시간여가 흐른 오후 10시57분께 사격통제레이더상 북쪽으로 올라가는 물체에 76mm 함포를 5분간 130여발 발사했고, 추후 확인 결과 미확인물체는 새떼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령도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군 당국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새떼가 밤에 날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고 해군이나 해병대가 새떼에 총을 쏜 것도 못들어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보통 군이 사격훈련을 하면 주민들에게 접근 금지구역을 사전 통보한다"며 "이번엔 통보 없이 포격한 것으로 봐서 돌발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사격"이라고 말했다.

백령도가 고향인 한 시민은“평생을 섬에 살았지만 새떼를 향해 군이 발포했다는 예기는 처음 듣는다"며 군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전문가들 역시 군의 해명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대전 대덕특구에서 레이더 개발에 매진했던 한 전문가는 "레이더에 어떤 필터 내지 모드를 적용했느냐에 따라 실시간 모니터에서 새떼가 나타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며 "디스플레이 기능에서 다를 뿐 기본적으로 새떼를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떼와 항공기는 비행속도가 다르고, 새떼의 경우 모니터에 움직임이 지그재그로 표시되기 때문에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며 "모니터를 통해 분명히 새떼인 줄 알았을 텐데 함정에서 발포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침몰 해역은 천안함이 다녔던 곳?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에서“침몰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기존에 천안함이 15~16회 다녔던 곳"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의 관계자도 "해당 해역 수심이 24m인데, 수심이 15m 이상만 되면 초계함은 어디든지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1200t급에 달하는 천안함이 백령도 해안, 그것도 수심이 30m도 되지 않는 곳에 간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그러나 백령도 주민들은 사고해역이 평소 군의 작전수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어장'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남포리의 한 주민은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까나리 어장 안쪽인데 바다 위에 흰색 부표를 띄워 어장을 표시하기 때문에 해군 함정은 항상 어장 남쪽으로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해군도 사고해역에 조류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사실을 잘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암초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암초가 많은 해역은 사고지점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암초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가을리의 한 어민도 "천안함 사고가 발생한 까나리 어장 근처로는 큰 함정이 다닌 적이 없다"며 "작은 상륙선의 경우는 어장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어 어촌계에서 인도해 그물을 피해 빠져나가게 하고 천안함처럼 큰 함정은 어장 근처로 접근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어민은 "큰 배는 섬에서 까나리 어장보다 훨씬 먼 쪽으로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게 보통"이라며 "사고가 다른 해역에서 난 뒤 선체가 조류 때문에 어장으로 흘러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까나리액젓은 백령도의 특산품으로 백령도 어민의 연간수입에서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주민이 해당 지역에서 어업을 하고 있다.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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