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국에서 봉은사 정국으로

2010-03-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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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세종시 정국이 봉은사 정국으로 격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중간평가 성격인 6∙2 지방선거를 치르는데 더욱 벼랑 끝에 몰린 분위기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논란을 거치면서 시민사회와 충청지역의 역풍을 맞은 현정부는 봉은사 외압 문제로 인해 종교계가 등을 돌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MBC인사 개입 문제도 부담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에게 안상수 원내대표의 ‘외압 발언’을 전한 김영국 거사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명진스님의 말은 모두 사실”이라며 “안 원내대표가 부인을 한다고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거사는 지난해 11월13일 오전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안 원내대표,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의 식사 자리에 배석, 이 자리에서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놔두어서 되겠느냐”는 안 원내대표의 말을 듣고 명진 스님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김 거사는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조계종의 최고 어른이신 총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해야 할 발언이 아니었다”며 “집권당의 대표가 불교계의 대표적인 존경받는 명진스님을 지목해서 ‘좌파’ ‘운동권 스님’이라고 얘기한 것은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같이 안 원내대표의 외압 발언이 사실상 재확인되면서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야권은 이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을 계기로, 세종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며 대여공세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여권의 MBC 인사 개입과 봉은사 외압 등을 현정부의 방송∙종교계 장악 음모로 규정 총공세를 펼칠 태세다.

민주당은 당내 ‘청와대·방문진 MBC 장악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 MBC 인사 권력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하는 한편, 다른 야당과 공조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인사개입)문제는 언론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해치는 행위”라며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MBC 사장 선임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또 안 원내대표의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정치인이 넘어가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어간 것”이라며 “안 원내대표 스스로 사퇴하고 스스로 정계은퇴 하라”고 촉구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도 “안 원내대표는 종교계에까지도 권력을 동원해 개입하고 뒤이어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인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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