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판촉세일' 앞다퉈..."울며 겨자먹기"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할인주택에 한해 1년간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감면혜택을 연장키로 한 데 때맞춰 주택건설사의 판촉 세일이 줄을 잇는다.

업계는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식이라고 푸념한다.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분양을 털 수 밖에 없으나 수요자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역 내 주택건설사 간 미분양 할인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줄도산' 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는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 감면혜택이 유지되면서 천안과 대구 등 전국 주요 미분양 누적지역에서 주택건설사들의 할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우림건설은 충남 천안시 용곡동 우림필유 아파트 잔여분 100가구를 할인분양한다. 이에 따라 당초 3.3㎡당 평균 760만원이던 분양가는 640만원으로 낮아졌다.

한라건설도 같은 지역에서 한라비발디 아파트의 분양가를 5000만원 할인한다. 여기에 계약금 5%,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 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이 같은 할인판매가 이어지자 기계약자들과의 마찰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 대천동 '월배 태영 데시앙'은 분양가의 최고 22%를 할인하고 있다. 전 시공사인 신일건설이 지난 2007년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주)금보, 농협, 한국토지신탁이 자금회수를 위해 할인판매에 나섰다.  

분양률은 현재 50%가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계약자들은 "최초 분양가가 4억700만원이었던 158.4㎡를 22% 할인 받을 경우 기계약자와 무려 약 8900만원의 차이를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포항 남구 대잠동 센트럴하이츠 아파트 계약자들도 "미분양 할인으로 기계약자들이 5000만~6000만원 가량 손해를 입었다"며 손실보상을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지방의 고질적 미분양을 해소하기 보다는 업계를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분양가 인하에 따른 감면폭 차등화는 사실상 분양가를 깎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건설사를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분양 해소 대책으로 마련된 정책이라지만 금융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할인분양의 효과가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라면서 "게다가 분양률 40%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는 기계약자들의 반발이 예상돼 쉽게 할인분양에 나설 수 없는 데도 타 사업장과의 비교로 더욱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어 건설사 입장에선 사면초가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e-mail]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