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소년들 / 황용희/ 멘토press
섬마을 사람들의 가장 큰 소득원은 해초를 뜯는 것이다.
한 장 한 장 정성껏 널다보면 지치고 힘이 든다.
그러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과 반딧불이는 큰 위로가 된다. 소년들은 소나기라도 내리면 수업을 듣다말고 뛰어와 미역이 젖을세라 둘둘 말아 걷어 올린다. 또 부모님 몰래 미역을 유과와 풍선껌 등으로 바꿔 먹기도 했다. 1960년대 말 섬마을의 풍경이다.
‘섬마을 소년들’은 저자 황용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군것질이 따로 필요 없이 바위에 붙어있는 고둥·홍합·배말·거북손 등을 따서 불에 구어 그들만의 만찬을 즐겼다. 이를 ‘해변식당’이라 불렀다. 우럭을 다섯 뭇(50마리)이나 팔아 산 축구공으로 신나게 뛰어 놀기도 했다. 또 정부가 준 분유 먹는 법을 몰라 한꺼번에 퍼 먹다가 심한 설사를 하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눈앞에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당시 흑산도 사람들은 가난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험한노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자연에 감사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면, 흑산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도 그 풍경에 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굵은 땀방울과 환한 웃음이 나의 삶의 애환을 감싸주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다시 섬에 돌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내가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도 아니요. 옛 친구가 보고 싶어서도 아니다. 별스럽게 홍어 생각이 나서도 아니다. 그것은 태어난 곳으로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이며 오늘 나를 지탱하는 여러 조건 가운데 추억만이 가장 든든한 동량(棟樑)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s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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