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학 등록금 카드 납부 실태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와 대학 간의 사적 계약에 당국이 개입하기 어려운 데다 등록금 카드 납부를 거부해도 처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국이 학부모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전시 행정을 펼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대학과 카드사 간의 등록금 카드 납부에 대한 계약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금감원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대학과 카드사 간의 가맹점 계약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12개 주요 대학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등록금 네트워크는 대학들이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고도 등록금 카드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난달 18일 이화여대와 고려대, 한양대 등 10개 대학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8일 성균관대와 건국대를 추가로 고발했다.
여전법 70조 3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발 조치된 대학들은 일반인 대상 교양강좌 수강료 등 수익사업에 한해 카드 결제를 허용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고발된 한 대학의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가맹점 등록을 하고도 카드 결제를 거부했다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슷하다"며 "등록금을 카드로 받으면 수수료가 학생에게 전가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인 대학과 고객인 학생 사이에 발생한 분쟁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며 "대학과 카드사가 계약 당시부터 카드 결제 대상을 어학당이나 부설 병원 등으로 제한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등록금 카드 납부가 계약 내용에 들어가 있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조사 결과를 교과부에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카드 결제 거부를 이유로 처벌된 사례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따라 관련 처벌 조항을 법안에서 삭제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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