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사무실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온라인에 접속만 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네티즌이 혁신의 실마리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네티즌 가운데는 전문가에 버금가는 소양을 가진 이들도 허다하다. 지역과 문화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마케팅을 비롯해 디자인과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네티즌에게 의뢰하고 있다. 이른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다.
문제는 기업과 네티즌 사이의 연결고리가 결코 튼튼하지 않다는 데 있다. 기업들은 네티즌의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으면 보상에 인색하다. 인터넷에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다가 대물이 걸리면 좋지만 아니어도 손해볼 건 없다는 식이다.
취미나 소일 삼아 기업 업무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면 보상이 담보되지 않은 일에 만사를 제쳐두고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크라우드소싱을 해봐야 기업과 네티즌 모두 크게 얻을 게 없는 셈이다.
크라우드소싱 전문업체인 비헨스(Behance)에 따르면 크라우드소싱 전문 인력들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기업들 역시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얻은 성과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스콧 벨스키 비헨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크라우드소싱의 약점을 보완하려면 '미니크라우드(mini crowd)'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수많은 네티즌 가운데 선별된 핵심인재를 동원하되 실질적인 보상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인력 및 콘텐츠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이 미니크라우드를 동원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링크드인(linkedin.com)'과 '디그(digg.com)', '스텀블어폰(stumbleupon.com)'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이트를 방문하면 실력있는 인재와 고품질의 콘텐츠가 순위 다툼하고 있는 현장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네티즌이 도맡아 하던 순위 매기기에는 최근 전문가 집단도 동참,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있다.
벨스키는 그러나 인력이나 콘텐츠 선별보다 중요한 건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건설업계에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복수의 제안서를 받아 최종안을 선정한다. 이 때 기업은 제안서 제출에 따른 비용을 모두 지불한다. 최종안 선별의 근거를 제공한 데 따른 보상이다.
그는 크라우드소싱도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니크라우드는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게 당연하고 이들을 가려내는 데 일조한 일반 네티즌도 보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벨스키는 또 크라우드소싱은 단기이익을 달성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크라우드소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미니크라우드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조건 등에 관한 명시적인 지침을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크라우드소싱에 참여하려는 이들의 의지다. 벨스키는 크라우드소싱 전문가들이 스스로 강한 자긍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시로 자신의 전문성을 뽐내거나 기업 프로젝트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이런 기회를 자주 갖다 보면 전문성이 강화되고 기업과의 인연 속에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는 보상의 적절성 여부를 먼저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결국 미니크라우드의 인재풀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이들을 활용하는 기업의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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