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의 기업노트) 삼성과 대구 그리고 호암 이병철

2010-02-1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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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는 삼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도시다. 호암이 첫 사업 실패 후 재기에 성공한 곳도,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곳도 모두 대구이다.

삼성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삼성상회는 서문시장 인근 대구시 수동(현 대구시 중구 인교동 61-1)의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목조건물에서 시작됐다.

사업초기에 삼성상회는 대구의 사과와 포항의 건어물을 사들여 만주와 중국으로 수출했다. 무역업과 함께 제분기와 제면기를 사들여 ‘별표 국수’를 만들어 팔아 대구 일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듬해에는 대구에서 첫 손 꼽히던 조선 양조를 인수했다. 이후 조선양조는 한국전쟁으로 전 재산을 날린 이병철 회장이 재기에 나설 수 있는 밑받침이 된다.

현재 대구시 인교동의 옛 삼성상회 터에는 ‘삼성의 모태가 되는 삼성상회가 있던 자리’라는 표지가 있다.

삼성상회 터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대구시 침산동에는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 터가 있다. 1954년에 설립된 제일모직은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과 함께 삼성이 본격적인 산업자본으로 전환하는 데 초석이 된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현대식 생산시설을 갖춘 대규모 섬유공장이던 제일모직 대구공장에서 생산된 국산양복지 ‘골덴텍스’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려나가며 삼성의 기틀 닦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제일모직 완공 당시의 감격을 호암은 “황무지에 공장이 들어서고 수많은 종업원들이 활기에 넘쳐 일에 몰두한다. 쏟아져 나오는 제품의 산더미가 화물차와 트럭에 가득 실려나간다. 기업가에게는 이렇게 창조와 혁신감에 생동하는 광경을 바라볼 때야 말로 바로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더없이 소중한 순간이다.”

제일모직 대구공장은 1996년 구미공장을 통합되면서 폐쇄됐지만 호암의 집무실이 있던 본관과 대한민국 최초의 여공 기숙사 였던 기숙사 건물 일부가 남아 있다.
 
이런 대구가 최근 삼성과 세종시로 인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태양광과 태양전지 등 삼성전자의 신성장 사업이 대거 포함되면서 대구시가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첨복단지)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구지역의 민심이 달아오르면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당초 예정된 대구 국정보고대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구의 민심이 악화되자 정운찬 총리는 대구시를 직접 방문해 삼성이 추진 중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대구 첨복단지에 투자하기 위해 세종시 투자계획에서 일부러 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송에 바이오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충북지역이 발끈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이 21일 “정운찬은 삼성 바이오시밀러를 대구·경북에 팔아먹지 말라”며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같은 세종시 특혜공방에 정작 투자의 당사자인 삼성은 쏙 빠져 있다는 점이다.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신사업의 성공확률을 높일지 판단해 투자를 결정해야할 기업의 생각과 의견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침 올해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호암은 생전에 ‘절대 정치에 관여하지 마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쪼록 정책당국자와 삼성의 경영진은 호암의 이런 경영 정신을 되새겨 경제 외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미래 신성장산업의 성공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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