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은 취임 직후 개혁추진단을 발족하고 연봉 삭감, 인원 감축을 골자로 하는 개혁추진안을 발표했다. 지난 국정 감사 이후 '신의 직장'을 넘어 '신도 부러워 할 직장'이란 평가를 받아온 거래소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거래소는 회원 증권사와 투자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그간 증권업계 안팎에선 거래소가 오히려 회원사에 군림하려 들었다는 평가가 비등했다.
증권사 CEO 출신인 김 이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 후 그간 거래소를 접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과제들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실제 김 이사장은 임원 임금 50% 이상 삭감, 전 직원 임금 5% 삭감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발표한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전체 임원 18명에게 사표를 받았고 바로 다음날 임원의 절반인 9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거래소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사직서 수리 이전에 임원들과 일일이 면담했다고 한다. 사표접수에서 개별면담, 최종결정까지 불과 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다. 요즘 거래소 직원들의 출근시간도 1시간씩 앞당겨졌다. 김 이사장이 오전 9시에 회의를 소집했는데, 그제야 출근해서 회의 준비를 하는 직원들을 보고 대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태했던 거래소 직원들이 부지런을 떨고 있음에도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은 개혁도 서두르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단 것이다. 즉, 첫 민간 출신인 김 이사장의 눈엔 모든 것이 개혁의 대상일 테지만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過猶不及)'는 옛말이 있다. 김봉수 이사장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거래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말이다. 더불어 대화와 소통은 가장 정확하고 빠른 개혁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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