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정국이 '세종시 찬반 대립'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시 수정안이 각 지역에서 추진하는 역점 녹색성장 사업과 비슷하거나 혁신도시 조성과 맞물린 지방자치단체의 성장 전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오는 6월 있는 지방선거와 국회 반발 등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정책으로서의 추동력을 유지하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세종시의 녹색성장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는 현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분야가 대거 포함돼 있다.
우선 7대 추진전략에서 첨단 녹색산업 육성과 녹색도시 조성 방안이 1257만㎡ 부지의 5대 자족기능 유치 방안에 포함돼 있다.
특히 수정안에서 80만㎡ 면적에 자족용지가 1.1%에 불과해던 첨단 녹색산업 단지는 면적 347㎡에 자족용지 4.8%로 확대되고, 예상되는 고용인원도 1만200명에서 4만8000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첨단·녹색산업지구에 "신재생에너지, LED 응용, 탄소저감기술 등 관련 국내외 기업과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미 삼성, 한화, 웅진 롯데 등은 4조5000억원의 관련분야 투자를 밝히기도 했다.
이 중에서 연료전지, 태양전지, LED 조명엔진(삼성), 태양광 R&D, 태양광 모듈생산, 태양전지생산(한화), 태양광, 환경가전, 첨단소재 공장(웅진), 식품바이오연구소(롯데) 등 녹색성장 관련 분야가 대거 포함돼 있다.
여기에 정부의 투자유인 정책은 향후 녹색산업 투자에 뛰어드는 기업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될 전망이다.
수정안은 부지 50만㎡ 이상 수요자에게 3.3㎡당 40만원의 원형지를 제공하고, 세종시 신규투자에 대해 소득 법인세를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해줄 계획이다.
또 세종시의 첨단·녹색산업 지구는 향후 중부내륙관광벨트, 중부권 첨단산업벨트, 국제과학교류벨트, 서해안물류·산업벨트, 대전-대덕 과학벨트 등과 연계돼 발전될 전망이다.
여기에 과학비즈니스벨트와 5+2광역권 개발과 연계된다면 세종시의 녹색관련 산업 단지는 그야말로 국내 최대의 녹색 산업 단지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은 국제과학지브니스벨트와 연계된 기업·연구소 등이 세종시 첨단·녹색산업단지에 유인됨에 따라 1만6000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세종시 수정안에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5%를 신재생에너지로 보급하는 저탄소 녹색도시 조성 방안도 마련됐다.
중앙공원과 금강 지역에 문화 휴양 레저 등이 가능한 수변공원이 조성되고, 태양광 집적시설 설치 등이 가능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민자유치 등을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세종시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 지자체 녹색산업 뺏길까 우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첨단 및 녹색산업 등 미래의 성장동력 분야가 포함되자, 그동안 성장동력으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해온 지자체는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식되지 못한 부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자체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과학비즈니스벨트와 5+2 광역권 개발과의 연계 방안이 사실은 지자체의 추진 사업이 세종시 안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실제 일찍부터 대구·경북 등의 지자체가 유치 노력을 해온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세종시 이전계획을 수립했다가, 지역 여론을 의식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첨단의료 복합단지, 경제자유구역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세종시 발전방안과 겹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송·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해 재생의학 신약개발 첨단의료기기 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했는데, 세종시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또 수도권의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충청권의 의약바이오, 동남권의 소재산업, 강원권의 생명·건강산업 분야 모두 세종시에 핵심 사업이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전북도는 새만금의 땅값이 세종시의 땅값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고, 개발 시기가 겹쳐 새만금 사업을 우려하고 있다.
제주 역시 제주특별자지도 출범보다 훨씬 큰 세종시 지원과 향후 제주만의 유인책이 줄어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세종시 문제로 녹색성장 타격 받으면 안돼"
녹색성장 분야는 진보와 보수 등 이념 갈등과 가계, 산업, 정부 등 경제주체 간의 다른 목소리가 거의 없는 정책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녹색성장 정책 목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과 연계되면서 각 지자체의 녹색산업 추진 방안이 지역별, 계층별로 이해관계가 나뉘게 됐다.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녹색성장 분야에도 에너지 절감 배분처럼 업체별로 갈등을 내포하는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정치적 대립에 휘말릴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 "지금 상황에서는 향후 국회 처리와 여론 등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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