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방지 관련 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엔이 주도해온 지구온난화 방지 논의와 별개로 G20 차원에서 EU가 주도하는 새 협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헤르만 판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수뇌부 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것은 유럽인들의 주요 목표"라며 "EU가 글로벌 기후변화 대처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언급은 지난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93개국의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구속력있는 협정을 도출하는데 실패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유엔이 추구해온 전원합의 의사결정 방식의 한계를 지적해왔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코펜하겐 회의의 실패를 가져왔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코펜하겐 회의에서 유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 감축하는 방안을 관철시키려 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코펜하겐 회의가 끝난 뒤 일각에서는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유엔 방식보다는 소수 주요국이 참여하는 G20과 같은 형식을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롬파위 상임의장은 이날 마드리드에서 올해 EU 순회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 EU 집행위원장인 주제 마누엘 바로수 등과 3자 회동을 하고 EU의 올해 주요 현안을 중점 논의했다.
3자회동 후 미구엘 앙헬 스페인 외무장관도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EU의 협상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스페인 관리들 역시 EU 측이 유엔보다는 G20 정상회의를 통해 기후변화에 관한 협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고 말해 이 문제가 3자회동에서 중점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후 정상회의로 발전한 G20은 국제 금융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는 최고위 국가간 경제협의체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G20 의장국은 우리나라로, 11월 개최되는 정상회의는 제5차 회의다. G20의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 GDP 규모의 90%에 달한다.
한편 판롬파위, 사파테로, 바로수 등 3자는 "경제회복을 위해 EU 회원국 사이의 긴밀한 경제협력이 요구되고 있다"며 "사전 조율을 거쳐 단합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가 주력해야 할 목표"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제성장과 함께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