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가, '테러정국' 비상

2010-01-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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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가가 테러정국에 휩싸였다. 새해 1순위 과제로 꼽혀온 건강보험 개혁법안 조정은 뒤로 밀려났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북서변경주(州) 라키 마르와트시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지금까지 95명이 숨졌다. 부상자도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미국 노스웨스트항공 소속 에어버스 330 여객기가 디트로이트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폭탄 테러의 대상이 됐다. 9·11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미수에 그친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코스트주(州) 채프먼 미군 전초기지(FOB)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 미국 중앙정보국(CIA) 지부장 등 요원 7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잇딴 테러에 하와이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지 근무 모드'로 휴가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첫날 데니스 맥도너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 등 참모들로부터 관련 사건 경과를 보고받고 2일 주례 연설에서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의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했다.

4일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오바마는 5일 관련 부처 장관급 회의를 소집,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테러 대응책 논의가 새해 공식 업무의 첫 의제가 되는 셈이다.

이 회의에는 국무부 국토안보부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 교통안전국(TSA) 등의 책임자들이 참석한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테러 위협에 대비해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 대응책 점검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 해밀턴 전 9·11 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사한 사건을 막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보다 나은 검색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국제적 협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테러 대응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도 관련 상임위원회가 테러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새해 회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별도의 조사를 거쳐 오는 21일부터 여객기 테러 기도사건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행정부와 의회에서 진행되는 테러 대응 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관계 당국간 테러 용의자 정보 공유 실패, 여객기 탑승객의 폭발물 검색 허점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다이앤 페인슈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사건 직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테러리스트그룹과 연계돼 있다고 추정할 만한 근거가 있는 인물들에 대한 미국 비자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여객기 테러 기도 혐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는 테러 용의 감시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지만 미국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여객기 테러 기도사건 조사과정에서 정보당국간 정보공유의 허점이 제기돼 정보기관장의 문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지만 확보된 정보들이 정보당국자들 사이에서 공유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보안검색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인 루트 부장관을 비롯한 고위당국자들을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남미 등 국제공항으로 급파, 공조체제 강화에 나섰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도 조만간 해당 국가들과 장관급 협의를 벌일 방침이다.

교통안전국은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전신 투시 스캐너를 전국 공항으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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