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가 단독후보 인터뷰를 강행한 가운데 KB금융 회장 선임 사태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각각 사임과 인터뷰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선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강 행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야만 그나마 뒤탈이 적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낮거나 또는 지지를 받지 못해 선임 절차가 늦춰질 경우 강 행장 개인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KB금융의 경영 전략에도 지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추위는 회장 후보에 대한 인터뷰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평판 조회 결과와 면접 심사 결과를 놓고 강 행장이 적임자인지에 대한 토론에 들어간다.
강 행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려면 9명의 회추위 위원 중 3분의 2 이상인 6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회추위에서는 향후 일정을 정할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사례를 보면 재투표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KB금융 초대 회장을 지낸 황영기 전 회장의 경우 첫 투표에서 5표를 받은 뒤 재투표에서 6표를 얻어 강 행장에게 고배를 안긴 바 있다.
KB금융으로서는 강 행장의 회장 선임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회추위를 비롯해 KB금융이 빠르게 사태를 정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행장의 선임은 곧 금융권 '빅뱅'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강 행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공식석상에서 외환은행에 대한 인수 의지를 밝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나타낸 바 있다.
게다가 지난 2006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경험까지 확보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 정비를 가다듬으면 보험사와 증권사 등 굵직굵직한 M&A를 잇따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국민은행에게 실적의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또 강 행장 개인적으로도 황 전 회장이 갖춘 공격적인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M&A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KB금융 주도의 M&A 대전이 개시되면 산은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은 지난달 "(M&A와 관련) 특히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공개돼 있다"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또한 M&A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외한은행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이 회장 선임에 실패한다면 금융권 전체에 미칠 파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강 행장은 물론 KB금융 회추위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국의 사외이사제 개편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의 독주체제에 대한 당국의 견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회장 선임 이후에도 여전히 난관은 존재한다. 강 행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더라도 내년 1월 임시 주총에서 통과될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KB금융의 지분 5.09%를 확보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다면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진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KB금융의 사외이사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출현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이날 "국민연금은 투자한 기업의 투자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금융위원장 때부터 고민했던 주제"라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또 김병기 전 사장과 이철휘 사장 등 다른 2명의 후보가 제기한 불공정 논란에다 금융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사외이사제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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