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올해 분양예정이었던 주택공급물량 중 재개발 일반분양을 내년 초로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사업지구는 조합원간의 갈등, 설계변경 등의 이유로 지연되고 있지만 시장 불안에 따른 수요자의 구매력 저하로 조합과 시공사가 분양을 미루는 사례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30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일반분양을 준비해온 왕십리뉴타운, 아현뉴타운 등의 재개발 물량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마포구 아현동 635 일대 20만7527㎡를 재개발하는 아현3구역은 총 306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조합장과 정비업체간 뇌물혐의 등으로 소송이 오가면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왕십리뉴타운도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대림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 1구역은 총 1702가구, 2구역은 1136가구가 하반기 각각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왕십리뉴타운의 경우 보상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 상황이지만 분양을 연말에 하는 것보다 내년 초 시장이 조금 더 회복되면 하자는 분위기여서 내년 초로 연기한 것이라고 해당 건설사는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왕십리뉴타운 1, 2구역 조합원 물량을 동호수 추첨 방식으로 이달 공급한 뒤 내년 1~3월에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다. 분양가는 30평형대 기준 조합원 물량이 4억원대, 일반분양 물량이 6억원대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은 올 5~6월 분양을 계획했던 재개발사업장 응암7~9구역 166가구 분양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GS건설은 왕십리뉴타운뿐 아니라 재개발사업인 금호자이 1차, 2차 일반분양을 내년으로 미뤘다.
GS건설 관계자는 "금호자이는 전체 면적 중 일부가 추가로 포함돼 사업승인을 변경하느라 늦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흑석4구역 재개발(811가구), 금호14구역 재개발(706가구) 분양을 내년 3월 이전으로 연기했다. 금호14구역의 경우 일부 보상문제로 소송이 걸려있는데다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 인상 문제 등으로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연초 주택공급계획을 세울 때 재개발·재건축 사업단지는 대부분 사업이 확정된 곳들이어서 분양이 연기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시장에 내제된 불안감이 여전해 조합이나 시공사가 분양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재개발사업에 조합원간의 마찰이 많이 발생하거나 분양이 늦어지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특히 서울지역은 양도세 감면 대상이 아니어서 분양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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