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출금리 산정 과정서 담합을 했는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도 여러 은행들이 높은 가산금리를 유지키로 담합했다는 전제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가산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공통된 과제였다며 담합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은행 담합 의혹 키운 가산금리 '일제인상'
공정위가 은행들의 대출금리 담합 여부 조사를 실시한 것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CD 금리는 2007년 5.16%에서 지난해 3분기 5.69%로 높아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 완화 정책으로 올 3월부터 8월까지 2.4%대를 유지했다.
이 기간 은행들의 가산금리는 1.18%(2007년 평균)에서 1.83%(지난해 4분기)로 상승한 뒤 올해 3월부터는 2.8~2.9%대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결국 CD 금리가 3.0%포인트 가량 내리는 사이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겨우 1.5~2.0%포인트 정도 움직인 것이다. 문제는 일부 소수 은행들이 이같이 대출금리를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은행권 전체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주택담대출 금리는 최저 금리가 같은 기간 2.55%포인트 내리는데 그쳤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이 기간에 각각 2.35%포인트, 2.87%포인트 내렸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관행적으로 조달 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려 수익을 보존하고 있다"며 "이 같은 모습이 은행권 전반에서 비춰지고 있어 공정위나 감사원 등의 조사를 받으면 대출금리 담합 정황이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권, 수익성 확보는 은행들의 '공통과제'였을 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일제히 올린 것에 대해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이는 모든 은행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자체적으로 최소 이익을 남길 정도로 대출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며 "담합은 막대한 벌금과 경영진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과거처럼 모여서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논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과 2007년 2.0%대 중후반이던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금융위기 이후 1.0%대 중후반으로 1.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현재 자유경쟁 중이라 서로 어떻게서든 대출금리를 낮춰 고객들을 끌어모으려 하고 있는데, 금리 담합이 말이 되느냐"며 "영업장 전결권도 있고 금리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담합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공정위의 담합의혹 조사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정부가 은행들을 길들이기 위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의 줄세우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공정위 조사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라며 "공정위는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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