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처리 이대론 안된다·中] 경제위기 외면하는 국회

2009-11-2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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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빠져 직무유기..예산안 법정시한 넘기고, 민생·경제 법안 등 뒷전
'경제살리기 국회', '민생국회' 헛된 구호 그쳐

"국민 입장에서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이 한 일이 무엇인 지 기억이 없다."

이달 30일로 정기국회가 문을 연 지 석 달이 돼지만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지 못한 채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4대강 예산은 물론 세종시, 미디어법 재개정 문제 등 쟁점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헌법이 명시한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기는 헌법 위반 사태를 반복하게 됐다. 여기에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들도 뒷전으로 밀리는 등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형국이다.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는 보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국회가 무기력증에 빠지면서 여야가 내걸었던 '경제 살리기 국회', '민생 국회'의 기치는 헛된 구호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먼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급히 처리돼야 할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시한내 처리가 무산된 것은 물론 국회 예결특위의 파행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산너머 산이다.

23일 현재 상임위별로 부처 예산심의를 마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국토해양위와 교육과학위,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 등 5곳은 아직도 예산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12월 말까지 여야간 극한 대립 속에 '여당의 강행 처리 시도와 야당의 실력저지'가 되풀이되면서 해를 넘길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새해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예산안에는 예산집행과 관련해 민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십개의 부수법안이 연계돼있어 함께 처리돼야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리해야 할 법안도 산더미처럼 쌓인 채 잠들어 있다.

지난해 18대 국회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6300여 개. 이 가운데 국회에서 처리된 법률은 28% 수준인 1700여개에 불과하다.

녹색성장 기본법을 비롯해 빈곤사각지대 해소를 골자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석달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고, 실업급여 확대가 주내용인 고용보호법 개정안,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 법안,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기업형 수퍼마켓 규제 등을 추진하기 위한 민생법안들도 거듭된 대치정국에 밀려 법안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이밖에 세제 개편을 비롯해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 영세상인을 위한 카드수수료인하법,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특별법 등도 표류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네 탓' 공방만 거듭하며 민생을 외면하는 동안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이다.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도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시점에서 여야 모두 정쟁에 발목 잡혀 직무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정부 부처 및 기관들이 초당적, 초계파적으로 협력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모든 현안을 정치 이슈화해 매달리다 보면 시급하고 근본적인 금융위기 타개책을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결국 국내외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은 이제 불필요한 정치공방을 자제하고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서 국가를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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