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비로소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됐다며 환호하고 있다. 세계 주요 외신들도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부상이 달가울 리 없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과 같은 무역 흑자국은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국들이 미국의 수요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 중국과의 무역역조에 대한 투정으로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산 제품에 파묻혀 지내는 미국인들은 정작 중국으로 실려간 미국산 제품의 행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많지 않다. 딱히 꼽을 대박 사례도 없다. 경제적 격차가 워낙 커 중국인들에게 고가의 미국산 제품은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공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7일(현지시간) 적잖은 미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중저가 화장품업체 메리케이(Mary Kay)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메리케이와 같은 상당수 미국 중저가 브랜드는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위상을 높여 중산층을 공략하고 있다.
폴 마크 메리케이 중국법인장은 메리케이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식 직접판매를 중국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는 "메리케이는 초고가의 명품업체들과 달리 세계경제를 움켜 잡고 있는 중국 중산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감동을 선사하는 일대일 직접판매 방식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가정주부였던 메리 케이 애쉬가 1960년대 창립한 이 회사는 미국의 고소득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방문판매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저가 브랜드로 전락한 메리 케이는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상하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명품 쇼핑몰 4개층을 차지하고 있는 메리케이 중국법인 본부는 온통 핑크 천지다. 사무실의 2개층을 연결하는 계단부터 '판매왕'에게 시상하는 캐딜락 자동차 역시 분홍색이다. 뉴스위크는 메리 케이가 내세우는 분홍빛 테마가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딱 들어 맞았다고 분석했다.
메리케이의 중국 진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메리케이가 중국에 발을 디딘 1990년대 중반. 중국 정부는 1998년 직접판매를 법으로 금지했다. 시장개방 초기였던 당시 불법 다단계 판매나 폰지사기 등이 횡횡하면서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직접판매 방식을 고수해 온 메리케이로선 충격이었다.
하지만 메리케이는 유연하게 대처했다. 중국 전역에 공개 매장을 열고 재고 관리에 나선 것이다. 힘든 시기였지만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 때 쌓은 인지도는 재기의 발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 정부는 2006년 직접판매를 다시 허용했고 메리케이는 이후 승승장구했다.영업 인력만 2만명에 달하는 메리케이 중국법인은 지난해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년 대비 5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중국 진출 10년새 메리케이 중국법인 매출은 전 세계 매출의 25%에 달한다. 마크 법인장은 올해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메리케이의 또 다른 성장 비결로 여성 특유의 세심한 배려를 꼽았다. 여성이 세운 화장품기업인만큼 여성 비중이 70%에 달하는 영업사원들에 대한 배려가 미국 본사 못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메리케이 중국법인 본부에 있는 휴게실에는 탁구대와 당구대는 물론 보육시설까지 마련돼 있다. 직원 대상 무이자 대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간 17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영업사원들이 기업매출의 혜택을 골고루 나눠야 한다는 게 메리케이 중국법인의 방침이다.
지나치게 두꺼운 색조화장을 즐기지 않는 중국 여성고객들의 취향을 간파한 것도 주효했다. 메리케이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기초 화장품, 피부노화방지크림, 화이트닝 계열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크 법인장은 "초고가 명품은 아니지만 적절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을 일대일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메리케이는 중국에서 스타벅스나 하겐다즈처럼 친근한 명품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상하이의 교통난도 메리케이의 성공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체증이 심할 때 상하이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 한복판 위에 발이 묶인 운전자들은 반짝이는 영어와 중국어로 쓰여있는 메리케이의 광고판을 적어도 3분은 쳐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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