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가 일제 조선통감부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사살한지 오늘로 꼭 100년이 된다. 이 사건은 특히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서 싸우는 두 나라 민족주의 운동의 *점이 됐다.
그가 하얼빈에 머무른 기간은 불과 11일이다. 1909년 10월 22일 하얼빈역에 도착해 격살 직후 체포돼 수감됐다가 11월 초 뤼순(旅順)감옥으로 이송될 때까지 이다. 짧다면 짧지만 안중근 의사가 자신의 존재를 역사에 각인시키는 순간, 이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졌다. 이토 히로부미는 몇 분 뒤 절명했고, 안중근은 30살에 민족의 영웅이 됐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현장은 이제 ‘기하학적 도형’(세로 각각 50cm크기의 *각형 안의 삼각형)으로만 남아있다. 안 의사가 권총을 발사한 현장에 ‘삼각형’, 이토 히로부미가 총알 세례를 받고 쓰러진 자리에는 ‘사각형’ 표시가 되어 있다. 삼각형과 사각형사이의 거리는 불과 아홉 걸음 남짓, 삼각형의 그 중 한 꼭지점은 이토가 있던 지점을 가리켰다.
안중근 의사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청말 학자 장타이옌(章太炎)은 “안중근은 조선의 안중근, 아시아의 안중근이 아니라 세계의 안중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신 중국 총리인 저우은라이(周恩來)는 안중근 의거를 “중일 갑오전쟁 후 일본제국주의 침략을 반대하는 중조인민(中朝人民) 공동투쟁은 본 세기 초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한 때부터 시작됐다”라고 높게 평했다.
이 밖에 중국 온주(溫州) 출신 장셴윈(蔣賢云) 번마(奔馬)그룹 회장은 “안 의사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나아가 세계의 모든 사람이 기념해야 할 영웅”이라며 최근 ‘안중근의사숭모회’를 통해 건립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오늘 안중근의사의 동상이 하얼빈시에 공식적으로 세워진다. 동상은 하얼빈 시내에 조선민족예술관 2층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입구에 놓인다. 이는 몇 년 전 하얼빈의 한국인이 중국정부의 허가없이 개인적으로 하얼빈 광장에 세웠다가 11일 만에 철거된 안중근 동상과 성격이 다르다.
하얼빈시 조선민족예술관도 안중근 의사의 삶과 숭고한 의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06년 7월부터 500㎡ 규모에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장면을 재현한 미니 조형물과 안 의사 관련 기록 사진·글씨와 유언 등 진열품은 잘 정리돼 있다. 바야흐로 하얼빈과 안중근은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아주경제 홍해연 기자 shjha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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